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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Sep 01. 2023

Magnetic Force

강지원의 음악이 가진 매혹의 자성

오래 기다려온 앨범이 발매되었다.

싱어송라이터 강지원 님의 Finaldemo라는 앨범,

그중에서도 Magnetic Force라는 곡이다.


강지원 님은 유튜브로 처음 알게 되었다. 알고리즘의 인도에 끌려 들었던 곡이 'Magnetic Force'였다. 수수한 차림과 배경과 대비되는 화려한 연주와 곡의 구성, 색깔 있는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맘에 들어 종종 들어와서 듣곤 했는데, 영상 이후로 3년 만에 앨범이 나왔다.


이 곡은 3가지 버전이 있다.

1. ‘20년 4월 - 피아노와 보컬의 유튜브 버전

2. ‘22년 1월 - 4인 밴드 편성의 뮤직비디오 버전

3. ’23년 8월 - 앨범 <Finaldemo> #1 트랙 버전


곡을 3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던 과정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특색 있게 만들어낸 것이 의미 있게 들린다. 시간에 따라 아티스트의 곡이 발전되는 과정을 팬심을 담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글을 쓴다.



1. ‘20년 4월 - 피아노와 보컬의 유튜브 버전

서울예대 실음과 19학번 학부수석 작곡전공 입시곡이라는 타이틀로 나온다. 미디 프로그래밍, 사전 레코딩을 바탕으로 소탈하게 건반 앞에서 연주하며 노래한다. 아마도 기록차원의 영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탈한 느낌의 영상과는 달리 화려하고 섬세한 코드 진행과 선명하게 인식되는 노래의 강렬했고, 이런 수준의 곡이 입시곡이었다니 놀라기도 했다. 연주와 보컬까지 조금은 바쁜 느낌으로 열심히 부르는 모습도 재밌었다. 이후의 버전보다는 조금 짧지만, 곡 원형의 느낌과 구성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아마도 이때 곡 전체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tu5da7y5z9Y?si=Y_6K1iv0Sb4kflmw


2. '22년 1월 - 4인 밴드 편성의 뮤직비디오 버전

작년 초 새 싱글앨범 <Have you ever>를 내면서 비슷한 시기에 Magnetic Force의 뮤비가 공개됐다. 피아노/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의 4인으로 구성된 밴드 버전이다. 피아노에 조금 더 힘을 준 느낌으로, 간결하고 선명하게 곡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았다. 강지원 님이 노래하고 건반을 연주하면서 중간중간 숨 고르는 느낌이 잘 담겨있다.

https://youtu.be/Qtb-oqh0kJ8?si=Ds08J8kpc8Ae67fp



3. Finaldemo 앨범 버전

그리고 드디어 올해 8월, 이 곡을 포함한 앨범이 발매되었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사운드 밸런스에 고심한 느낌이 든다. 특히 곡이 전반적으로 드라이하고 손에 잡힐 듯한 사운드인데, 중간중간 공백에 의도적인 울림으로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후반의 화려한 솔로 외에는 장기인 피아노를 조금 뒤로 밀어 넣어 전체 밸런스에 중점을 둔 사운드를 들려준다.

https://youtu.be/_WlaTCAbj0c?si=9qIjpJA6O1qVzvK9



앨범 버전의 재미난 점은 2가지로 꼽을 수 있다. 1) 관악기로 담아낸 호흡과 2) 양념처럼 들어간 미디 비트. 이전 버전과 다르게 새롭게 플룻의 연주가 들어오면서 전체에 녹아들었고, 노래가 좀 더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세련된 재즈 플룻 같은 연주는 서정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만든다.


재미나게도 특정 구간에 미디 하이햇 비트가 좌우 한 번씩 핑퐁처럼 번갈아가며 들린다. 밴드 버전과 마찬가지로 레코딩된 드러머의 연주 만으로도 충분히 탄탄하게 받쳐주는데, 감각적인 느낌을 더하고자 미디 비트를 덧붙인 것 같다. 곡의 사소한 일부분이지만 감각적인 비트가 귀를 간지럽히는 매력이 있다.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과 데모를 완성하는 방법


강지원 님의 곡을 들으며 글을 쓰다 보니,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조금 더 다가온다. 프로듀서 릭 루빈이 쓴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라는 책은 창의성과 예술을 만들어내는 과정, 심리, 의식, 접근에 대한 경험적인 지혜가 담겨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 데모열병이라는 단어였다.

데모열병(Demoitis)라고 불리는 또 다른 난제도 있다. 데모열병은 아티스트가 첫 번째 초안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려 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미완성된 프로젝트를 오래 끌어안고 있으면서 특정 버전의 초안에 너무 자주 노출되면 예술가의 마음속에서 그것이 최종적인 형태로 자리 잡을 위험이 발생한다. 뮤지션은 노래의 데모 버전을 녹음하고 수천 번 들으면서 최고의 버전으로 발전시키려고 애쓸 것이다. 하지만 데모 버전이 머릿속에 너무 깊이 새겨져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신성 모독처럼 느껴진다. 작품의 초기 버전에 집착하면 프로젝트가 잠재력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강지원 님의 내면에는 이 곡의 원형이 초기버전 그대로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앨범 버전은 초기에 비해 구성의 확장과 사운드의 완성도가 높아졌지만, 곡이 다르진 않다고 느껴진다. 뮤비의 4인 밴드 버전을 내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이 걸려 곡을 완성한 것은, 그 사이에 많은 곡 작업을 하면서 원형을 더 완성도 있게 발전시키고 싶은 고민이 있었지 않을까 싶다.


릭 루빈은 데모열병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이야기하면서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위대한 작품이 매우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5분 만에 스케치하고 그냥 놓아둘 수도 있고, 커다란 잠재력이 느껴지는 씨앗을 발견하고 위대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몇 시간 또는 몇 년을 애쓸 수도 있다. 하지만 5분 만에 탄생한 스케치나 데모가 씨앗이 가장 순수하게 표현된 최고의 버전일 수 있다. 이리저리 꾸며본 후에야, 혹은 잠깐 옆으로 물러난 다음에야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 결과로 새롭게 플룻과 미디 비트 활용 등의 편곡이 보완되었고, 완성도 있게 앨범이 발매되었다. 그렇지만 원형의 이미지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많은 고민 끝에 새로운 요소를 보완하면서도 곡 원형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결심이 생겼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곡이 담긴 앨범의 제목이 Final-demo인 것은, 강렬한 데모의 원형을 두고 숱한 고민을 했고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야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게 된 아티스트의 고뇌가 담긴 표현이 아니었을까.

< 릭 루빈 -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 >


마치며

이 곡을 들으면서 느끼는 유일한 아쉬움은, 그동안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것이다. 뮤비 버전이 나오고 곧 앨범이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1년 반이 지난 후에 완성된 곡을 만날 수 있었다. 아티스트가 아껴둔 곡을 최선의 노력으로 완성도 있게 내고 싶은 마음에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으리라.


이제는 그간 기다려온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곡을 완성하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곡의 제목처럼 앞으로 많은 분들이 강지원 님의 매혹의 자성에 이끌리길, 오래오래 행복하게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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