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의 음악이 가진 매혹의 자성
데모열병(Demoitis)라고 불리는 또 다른 난제도 있다. 데모열병은 아티스트가 첫 번째 초안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려 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미완성된 프로젝트를 오래 끌어안고 있으면서 특정 버전의 초안에 너무 자주 노출되면 예술가의 마음속에서 그것이 최종적인 형태로 자리 잡을 위험이 발생한다. 뮤지션은 노래의 데모 버전을 녹음하고 수천 번 들으면서 최고의 버전으로 발전시키려고 애쓸 것이다. 하지만 데모 버전이 머릿속에 너무 깊이 새겨져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신성 모독처럼 느껴진다. 작품의 초기 버전에 집착하면 프로젝트가 잠재력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위대한 작품이 매우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5분 만에 스케치하고 그냥 놓아둘 수도 있고, 커다란 잠재력이 느껴지는 씨앗을 발견하고 위대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몇 시간 또는 몇 년을 애쓸 수도 있다. 하지만 5분 만에 탄생한 스케치나 데모가 씨앗이 가장 순수하게 표현된 최고의 버전일 수 있다. 이리저리 꾸며본 후에야, 혹은 잠깐 옆으로 물러난 다음에야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