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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가난한 아들이 어머니께.

5월 5일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by 김탱글통글

어머니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생명을 낳았다.

인류의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태초에는 어머니가 있었고 어머니는 나의 창조주이다.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는 물체라고는 전부 화장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뿐인 나로서는 한 생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도저히 부담스러워서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조차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때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나를 출산하고 어머니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는 끊임없이 나만을 재우고 먹이고 돌보았다.

어머니의 하루는 나와 동생을 기준으로 돌아갔고, 그 하루들이 모여 어머니의 인생이 되었다.

인생의 정수를 오로지 우리에게만 들이부으셨다.

몇 년 전 어느 날, 항암 부작용 그리고 친구처럼 함께 오는 고열 때문에 해열제와 항생제를 맞으면서 누워 있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는 문득, 너를 이렇게 낳아서 미안하다고 말하셨다.

좋은 부모를 만났다면 아프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잘 나갔을 아들의 발목을 자신이 붙잡은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때 사랑이란 것은 참 불공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로 아프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다. 어쩐지 아픈 것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고 느껴졌다. 아직까지도 그 이유는 모르겠다.

나를 낳은 날 어머니는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니를 둘러싼 작은 세상이 나의 탄생을 축복해주었다.

어떤 사람은 기념일을 지나 4일 후에 나온 나를 효자라고 했다.

이모는 미국에 가기 전까지 항상 나를어 키워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모의 자식 같아 보였다고 했다.

내가 어머니의 축복이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어머니는 어느 순간 나의 환희가 되었다.




P.S 내년에는 꼭 미국에 야구경기 보러 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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