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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기 Aug 09. 2023

덕후보다 먼 머글보다는 가까운

얕은 덕질도 덕질이다


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덕후라고 할 수 있겠어?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들어, 씹고 뜯고 맛보는 사람을 덕후라고 한다.

한 감독의 영화를 모두 섭렵하거나, 하나의 영화를 백 번 보는 사람들.

그러나 여기, 영화는 딱 한 번만 보고 리뷰는 남 리뷰를 참조하는 치사한 영화팬이 있다.


취미가 뭐예요? 영화 감상이요. 좋아하는 감독은요? 알프레드 히치콕이요. 그의 영화 새를 좋아해요.

대충 이런 흐름으로 가는 게 멋있다. 그러나 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


대신 마블 영화는 많이 보았다. 어벤져스1, 어벤져스2, 어벤져스3.. 4도 있었나?

캡틴 아메리카도 보고, 헐크도 봤다. 아이언맨도 2까지 봤다.(아마도)

한국 영화도 많이 봤다. 봉준호라던가.. 봉준호 아니면 박찬욱이라던가.. 박찬ㅇ

씨네필들에게 나는 영화 덕후가 아닐 것이다. 그냥 대중 정도 될까. 그럼에도 난 스스로를 영화팬이라 칭하고 싶다.



취향과 안목은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며 생긴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방식도 좋다.

작품의 배경, 스토리, 미장셴, 장소, 감독의 후기를 찾아보며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 그에 해당된다.

그러나 귀찮다. 그 정도로 찾진 않고, 아 좋았다. 느끼고 다음으로 넘겨도 다행히 취향이 생겼다.


나의 영화 취향은 캡틴 아메리카2, 괴물, 인셉션, 리틀 미스 선샤인이다.



놀란? 아, 그런 영화 좋아하는구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인공 찬실은 호감이 가는 영이에게 놀란 ‘같은' 영화도 좋아하느냐 묻는다. 찬실의 입장에서 영화 깨나 좋아하는 사람은 크리스토퍼 놀란 보다 오스 야스지로를 말해야 한다.

그러나 마블 영화도 재미있게 본 나에게 놀란 영화는 명작 그 자체다. <인셉션> 그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죠?

심지어 <테넷>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아 더 명작 같았다.



덕후 명함을 내밀기엔 약간 찔리고 머글이라 하기엔 영화를 꽤 좋아한다. 특히 우울한 영화는 정말 좋아한다. 대략 50편 정도 본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덕글? 덕반인?

덕후 레벨 척도가 논문에 적혀있지 않다면 나는 스스로를 덕후라 칭하고 싶다. 쉬는 날엔 꽤 자주 영화를 보러 가고 인디 영화관도 갔다. 무려 GV(영화설명회)도 가봤다.


얕은 덕질도 덕질이다. 얕은 덕질은 사람의 인생을 풍부하게 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건강한 하체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괴물은 한강의 소중함, 인셉션은 숙면, 리틀 미스 선샤인은 나의 루저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곧 히치콕의 <새>를 보며 비둘기의 존재에 대해 심사숙고할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도 보러 갈 것이다. 오펜하이머가 사람 이름인지 물건인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명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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