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한달살이 입성기
나는 지금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다. 서울에서의 만 10년간의 삶을 정리하고, 배낭 하나에 6개월 간의 짐을 챙긴 채 이곳으로 떠내려온지 이틀째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낯선 소음과 낯선 침대의 감촉이 느껴졌다.
“아, 여기 치앙마이였지.”
왜 연고도 없이 이 낯선 곳에서 눈뜨게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때는 반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나는 태국을 여행 중이었다. 3년간 서울에서 온라인 마케팅 프리랜서로 일을 했고, 새 프로젝트를 맡아 3개월간 출퇴근을 했었다. 새로운 일과 사람들, 고정수입은 의외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었지만, 프리랜서의 삶의 장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당시 나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한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어떻게해야 평생 출퇴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 답없는 질문이다. 찾는 과정이라 해두자.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안 대부분의 일은 외주로 맡아 진행했는데, 때에 따라서 출퇴근을 요구하는 업체도 많았다. 우기고 우겨서 출퇴근은 최대한 없었지만 앞으로 같은 일을 한다면 출퇴근없는 삶을 평생 살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태국을 1달간 여행하게 된 나는, 여행을 끝낸 후 집에서 여행비용을 정산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달간 가고싶은 곳은 다 가고, 먹고싶은 것은 ‘매우 중점적으로’ 먹었던 비용이 서울에서 생활비와 비슷한 정도. 서울에서는 숨만 쉬어도 (숨쉬듯 매일 커피숍과 식당을 가고, 숨쉬듯 술을 거나하게 마셔도) 월급의 대부분이 깨진다. 그래, 내가 좀 한 엥겔지수하긴한다.
‘아니, 이럴거면 외쿡에서 사는게 낫지않나?’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몇달 뒤 별안간 이렇게 치앙마이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된 거시다. 미팅과 전화 통화가 필요한 일은 포기해야 했지만, 접촉이 적은 일과 개인 작업 등은 가능할터.
어떠한 특정 분야에 특출나지 않은 나같은 쏘쏘한 능력치의 프리랜서는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 오퍼가 들어오면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을 위한 어떠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블로그 포스팅이었을 때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일 때도, 홍보용 랜딩 페이지일 때도 있었다. 그 덕분에 마케팅, 디자인, 기획, 글쓰기 등 다양잡다쏘쏘한 능력을 연마하게 되었는데, 이것들을 버무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갖고 있었다. 그걸로 지긋지긋한 이 먹고사니즘이 해결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라도 뭐, 어쩔 수 없지로 귀결지을 생각. 구구절절하게 썼지만, 사실은 여기 온 이유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반년 정도 서울이 아닌 곳에서 벌어놓은 돈을 까먹으면서, 하고싶은 것을 해보자.”
‘다음 생은 없는 인간’인 욜로족 보다 더 무섭다는 ‘내일 없이 사는 인간’ 그게 바로 나!
다행히 아직 끊기지 않은 일이 있으니, ‘디지털 노마드’라는 오글거리는 표현을 써봐도 좋겠다. (외주 환영! 굽싱) 6개월간 가고싶은 곳을 정리하니, 치앙마이-코란타-다낭-베를린-포르토-부다페스트. 요 정도 루트가 되겠다. 한달씩 정도 에어비앤비를 떠돌며 살게 될 것 같으며, 일정이나 도시는 언제든 바뀔 것 같다. 남아도는 시간은 글과 그림을 그리며 한량처럼 살아볼 생각. 우선 지금은 치앙마이를 즐길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