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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투명 Oct 26. 2021

이스탄불을 좋아하게 될 줄은 진작 알고 있었지-!

코시국 터키 이스탄불 여행 2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터키 이스탄불,
21년 9월 5박 6일로 여행한 여행기에요. :)



터키의 첫인상은 가난한 아부다비와 바르셀로나 뒷골목을 꽤나 신경 써서 섞어 둔 듯한 느낌이었다. 화려한 유럽풍 건축물은 세월 바래 조금 허름하고, 그 건물 너머 편에는 거대한 모스크가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너무 오묘한 조합이라서 입을 벌리고 봤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조금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미친듯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향연이었고, 아기자기하게 꽃으로 잘 꾸며진 집들 사이로 아기 고양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완벽한 1000%의 내 취향의 도시였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거의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10년 차 잔뼈가 굵은 해외여행자로 아무리 멋진 풍경을 봐도 코웃음을 치며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고양이와 이스탄불의 거리의 풍경은 정말이지,, (사실 길고양이만 봐도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대는 편이다) 첫날부터 고양이 사진만 오천만 장을 찍었다. 사진첩을 다시 확인해 봐도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와, 이거 어떡하나. 바로 이사 와야 하나? 하며 두근두근하면서 걷다가, 길가에 파는 옥수수를 사 먹었는데 아니, 이건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건데? 사실 평소에 옥수수를 거의 먹지 않는데, 그동안 내가 먹어본 옥수수와는 식감 자체가 달랐다. 굉장히 아삭하고 촉촉하고 엄청나게 달아서, 설탕물에 담갔다가 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진짜 그럼? 아직도 합리적 의심 중) 그렇게 얼굴에 검댕이를 잔뜩 묻히며 먹으면서 탁심 구석구석을 누볐다.




사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내가 2년간 여행을 못하다가 겨우 온 여행의 첫날이니,, 굴러가는 옥수수 알갱이만 봐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처음 접한 이스탄불은 약간은 광기가 서린 흥분 상태로 맞이하였다.


첫날 잡은 숙소는 술탄 모스크 근처의 호스텔이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 보니 트램을 타면 금방 도착이라, 트램 있는 곳까지 걷기로 했다.




여행 동안 환전은 하지 않았고, 갖고 있는 한국 체크카드로 ATM기로 현금을 조금 뽑고 나머지는 전부 카드로 결제해서 여행을 다녔다. 트빌리시에서도 거의 이렇게 생활을 하는데, 터키 사람들은.. 정말 카드 결제를 싫어하더라. 현금만 된다고 말하거나, 멀쩡한 카드 리더기가 고장 났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귀찮아져서 나중에는 그냥 달러로 뽑은 후에 환전을 해서 다녔다.


트램을 찾는 것도, 버스카드를 사서 타는 것도, 내리는 것도 모든 게 수월했다. 잘 모르겠다면 약간 멍청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면 누군가 와서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 오랜만의 여행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약간은 이런 도움도 받고 싶어져서 괜히 더 두리번거렸는지도 모른다.


트빌리시에서는 대중교통을 탈 때 시선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람들이 덜 쳐다보는 듯해서 약간은 마음이 더 편해졌다.




트램은 앙증맞은 바다를 건너는 것 같더니 금방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풍경은, 파스텔톤 파란 하늘에 탁 트인 초록 들판. 그리고 그 위에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사방의 아름다운 모스크들이었다. ‘와, 이건 또 뭐지?’ 그렇게 여행 첫날의 흥분은 식을 줄을 몰랐다.




거리 곳곳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있는데도 다들 코비드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트빌리시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별로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른쪽에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를, 왼쪽에는 아야 소피아를 옆에 끼고 길을 가로질러 숙소로 향했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앞으로 이틀간 매일 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숙소를 술탄 끝 쪽으로 잡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냥 바다가 가까워 보여서. 다행히 숙소와 바다는 매우 가까워서 아침마다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스크와 바다를 모두 구경하고 지친 발걸음으로 숙소로 향하게 되는데,,,




숙소에 도착해 친절한 직원과 호스트와 한참을 수다를 떤 것도, 내어주는 계피 향 가득한 사과 차도, 언제 봤다고 무릎을 베는 고양이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렇게 한참 티타임을 갖고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호스트가 뜬금없이 미안하다고 네 방이 도미토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머릿속이 ?????? 상태가 되었다.


대부분 여행을 가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랜만의 여행이라 여행 기분 좀 내보고자 호스텔의 싱글룸을 예약했다. 그런데 모든 룸이 이미 예약되었고, 예약 사이트가 달라서 미처 내 예약을 확인을 못했단다. 그리고 남은 건 6인실 ‘혼성’ 도미토리뿐이라고.


그렇다. 여행이 이상하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하다 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이제 시작인건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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