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도리 남보라 대표
누군가에겐 열두 남매를 책임져온 K-장녀로, 누군가에겐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기억되는 남보라 님을 ‘일’로 만나보았습니다. 주식회사 보라도리 남보라 대표님의 브랜드 ‘무무’가 키뮤스튜디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기 때문인데요.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고 외치는 MZ세대 기업 대표이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그야말로 프로 N잡러인 남보라 대표님! 특유의 활기참과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남다른 모험심으로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남보라 님과의 인터뷰에, 키뮤의 디자이너 김효선 님도 함께했습니다.
유보라 ‘무무’와 키뮤의 컬래버레이션을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마주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먼저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회사 ‘보라도리’를 소개해 주세요.
남보라 ‘보라도리’는 제가 작년 2월에 만든 회사예요. 이 회사를 통해 ‘무무’와 ‘무하스’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요. 창업을 준비할 때 회사 이름에 대해 고민하다가, 좀 재밌는 이름이면 좋겠다 싶어서 제 별명인 ‘보라도리’로 지었어요.
유보라 제 별명도 보라도리예요. 모든 보라가 다 그럴 것 같은데. 하하. 회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남보라 어릴 때부터 항상 CEO가 되겠단 꿈을 꿨어요. 배우로 일할 때에도 그 마음은 여전했고요. 언젠가는 꼭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딱 눈을 떠보니 서른 초반인 거예요. 지금이 아니면 못 하겠다 싶어서 시작했죠.
유보라 대표님이 열심히 일구고 계신 두 브랜드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해볼까 해요. 키뮤와 협업을 진행한 ‘무무’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남보라 ‘무무’는 ‘보라도리’와 시작을 함께한 브랜드예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뿐 아니라 어린이 영양 캔디, 유기농 세제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친환경적이고 품질이 좋은 제품들을 선별해 고객들께 보여드리고 있어요.
유보라 ‘무무’의 뜻도 궁금하네요.
남보라 자연에 무해하고 사람에 무해하다는 뜻이에요.
유보라 작명 센스가 남다르신데요. 제 옆에 계신 효선 님이 패키지 디자인에 참여한 ‘무무’의 대표 상품, 복숭아 병조림! 맛도 좋고 인기도 많더라고요.
남보라 ‘무무’의 복숭아는 사람들이 ‘친환경, 친환경’ 하기 전부터 환경을 생각해 저탄소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오신 농부님에게 받아오는 저탄소 인증 복숭아예요. 맛과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병조림이라는 가공법을 선택한 건데요.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공도 수가공으로 이뤄진답니다. 복숭아 병조림은 이렇게 여러모로 ‘무무’가 지향하는 ‘친환경’에 딱 맞다고 생각해 출시한 제품이에요.
유보라 환경을 많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남보라 제품 기획을 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요. 어느 날 성경을 보는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라는 구절을 발견했어요. 그걸 보고, 우리 제품도 생산부터 폐기되는 모든 과정이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분리수거도 진짜 열심히 해요. (웃음)
유보라 분리수거 꽤 힘들잖아요. 테이프도 다 뜯어내야 하고.
남보라 맞아요. 라벨지 다 뜯어야 하고, 박스 부자재 다 선별해서 잘라야 하고. 매번 짜증 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키뮤와 함께 만든 복숭아 병조림 포장 용기에는 일반 끈 대신 종이 끈을 사용했어요. 덕분에 박스를 버릴 때 따로 분해해서 버릴 필요가 없죠.
유보라 회사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원자재가 비쌀 것 같은데요?
남보라 비싸지만... 주세요, 했죠. 하하. 가격이 일반 끈의 두 배지만...? 주세요! (웃음) 저희는 판매할 상품을 고를 때 진짜 친환경적인지, 진짜 좋은 제품인지를 오랫동안 자문해요. 저희가 파는 유기농 세제도 제가 1년을 써보고 선택한 제품이랍니다.
유보라 많은 분이 믿고 구매하는 이유가 있네요. 그럼 이쯤에서 디자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남보라 저 사실 무척 궁금했어요. 힙한 디자인 뒤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유보라 효선 님, 스토리 한번 풀어 주시죠!
김효선 제가 워낙 남보라 님 팬이라, 팬심을 꾹꾹 담아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웃음) 내가 ‘보라도리’의 사장이라면 어떤 결과물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을까를 내내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특별한 디자이너’들을 교육해 복숭아 원화를 받고, 또 그분들이 사용한 색을 추출해 패키지 디자인에 녹여냈죠. 디자인 시안도 정말 많이 준비했었답니다.
남보라 ‘특별한 디자이너’들을 교육하셨다고요?
김효선 아, 저희는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을 ‘특별한 디자이너’라고 불러요. 지금은 열 분 가까이 계시는데, 함께 협업해서 아트워크를 만들고 있어요.
남보라 (놀라며) 그럼 저희 복숭아도 다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이 그려주신 건가요?
김효선 네, 키뮤의 모든 작품은 다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그림이에요.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이미지나 리플릿에 들어가는 작은 그림까지도 모두 그분들이 작업하신 거예요.
남보라 진짜요? 저는 키뮤의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이 일부 영역에서만 활동하시는 줄 알았어요. 참 의미 있는 콜라보였네요.
김효선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원화와 컬러를 제가 디지털화하고, 스토리를 담아 구성을 디자인해요. 그리고 최종 결과물까지 만들어내죠.
남보라 그럼 디자인 원화를 받기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거예요?
김효선 교육과 작업은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근무하는 아뜰리에에서 이뤄져요. 저는 ‘특별한 디자이너’들께 어떤 걸 어떻게 그리면 될지 디렉션을 주는데요. 예를 들어 저는 말랑한 형태의 복숭아를 주문했는데 디자이너분이 너무 딱딱해 보이는 복숭아를 그려주시면, 저는 이렇게 수정 가이드를 주는 거죠. “이 복숭아는 엄청 사각사각한 것 같아요. 저는 더 달콤한 복숭아였으면 좋겠어요. 말랑말랑하게 다시 그려볼까요?” 이렇게 맛이나 소리에 빗대어 가이드를 드리면 디자이너분들이 즐겁게 작업해 주세요.
남보라 그런 과정이 있었군요. 보내주신 디자인 모두 다 힙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제가 ‘힙’과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인데. 하하. 딱 제가 원한 성수동 감성이라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유보라 좋아해 주셔서 저희도 기쁘네요. 또 다른 브랜드 ‘무하스’ 얘기도 듣고 싶어요. ‘무하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남보라 작년 10월에 론칭한 핸드 클린 세니겔 브랜드예요. 코로나를 계기로 개발한 제품인데, 일반 손 소독제의 끈적거리는 느낌을 보완하려 만들었죠.
유보라 ‘무하스’라는 이름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남보라 브랜드를 만들 때, ‘무무’처럼 ‘무’로 시작되는 이름이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無’와 ‘High Availability’를 합쳐 ‘무하스’라고 지었어요. ‘High Availability’는 ‘고가용성’이란 뜻인데요, 무언가 문제없이 잘 가동된다는 의미래요. ‘우리의 시선을 깨끗이 하자. 우리가 깨끗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면 이 사회는 문제없이 잘 돌아갈 거다.’라는 희망 사항을 담아냈죠.
유보라 제품 개발에만 1년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개발하는 도중 코로나가 끝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없으셨나요? (웃음)
남보라 어휴, 항상 있었죠. 두 마음이 공존했어요. 코로나가 줄어들어서 좋은 마음과, 이걸 아직 선보이지 않았는데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요. 지금은 하길 잘했단 생각이 커요. 많이 찾아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굉장히 뿌듯해요.
유보라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시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독서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에서 클럽장까지 하셨던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커뮤니티라, 소식 듣고 깜짝 놀랐었어요.
남보라 주변에 트레바리 클럽장을 하신 분들이 있는데요. 좋았단 얘길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고, 생각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면서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클럽장을 할 용기가 있던 건 아니었어요. 2021년, 딱 창업을 시작하기 직전부터 1년 동안 크고 작은 고비들을 넘기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니 그제야 클럽장을 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좋아, 이 정도면 됐어, 하고요. 하하.
유보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군요.
남보라 두려움이 많았거든요. 사업한다고 했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연예인으로서 망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별거 없더라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렇게 두려워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수군거린 사람들도 있긴 했죠. 그렇지만 아주 잠깐, 아주 소수였어요. 그때의 저처럼 주춤주춤 하고 있는 분들에게 저의 경험담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트레바리에서 모임을 열어본 거예요.
유보라 인스타그램에 <데미안> 글귀 사진을 올리셨더라고요. 트레바리 모임 책이었죠? 제 인생을 바꾼 책 중 하나라, 그 피드를 인상 깊게 봤어요.
남보라 맞아요. 제가 힘들 때마다 읽는 책이라, 첫 모임 책으로 그 책을 선정했어요. 인스타에 올린 문장은 <데미안> 첫 장의 첫 문장이에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 문장이 저의 모든 걸 대변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맞아, 나도 두려움 때문에 내가 진짜 원하는 걸 꺼내지 못했었는데.’ 하고요.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이 있잖아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걸 보며 이런 생각도 했어요. 난 아직도 알에서 못 나왔구나. 그렇지만 작년에 알 한 번 깨 봤다! 알에 금 내봤다! 그랬는데 별일 없더라. 생각보다 괜찮더라.
유보라 바깥세상 안전하더라. (웃음)
남보라 맞아요. 별로 망하는 일은 없더라고요. 하하.
유보라 말씀하셨다시피 알을 깨겠다고 마음을 먹는 데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그럼에도 도전한 이유가 있을까요?
남보라 제 첫 번째 꿈은 배우였어요. 근데 그걸 이뤘잖아요. 이루고 나니까 더는 욕심이 안 생겨 스스로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뭘까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돌보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높이 올라가는 것 대신 많이 벌어서 많이 나눠주는 것으로 정했어요.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해서 잘 벌자. 그렇게 도전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제 도움이 필요한 분을 꼭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유보라 많이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은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생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소중한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남보라 저도 힘든 시기를 겪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힘들 때 이걸 어떻게 이겨내나 싶었는데,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럴 때 오히려 남을 도우면 힘이 생긴다고. 그 말을 듣고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나보다 상황이 안 좋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비교우위를 찾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러다가 이런 ‘띵언’을 보게 됐어요. 비워야 더 많이 채워진다는. 그럼 나도 더 비워볼까? 그럼 진짜 채워질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실천으로 연결되면서 정말로 제 마음이 채워지는 걸 경험했고요.
유보라 대표님을 본받고 싶네요. 하하.
남보라 정말요? 제가 일하는 거 보면, 세상 그렇게 찌질할 수 없는데요? (웃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일 잘하는 분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처음엔 이메일 보내는 방식도 잘 몰라서 카톡 하듯 보냈어요. “그랬습니당~!” 이렇게요. 계속 “^^” 이거 쓰고요. 하하. 메일에도 에티켓이 있다는 걸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전혀 몰랐던 것들이라, 진짜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기분이에요.
유보라 그렇지만 이미 한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일하셨으니까, 그 경험과 지식과 태도들이 지금의 회사 경영에 빨리 녹아든다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남보라 그렇죠. 아무래도 방송 일, 콘텐츠 만드는 일을 했으니까요. 최근 미혼모분들 사진을 셀렉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정말 편하고 재밌게 작업했어요. 찍혀본 사람은 잘 알잖아요. 어떻게 찍힌 게 예쁜 건지. 내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었겠다 싶었어요.
유보라 내가 잘하는 걸 재능 나눔처럼 할 수 있으니 더 기분 좋으셨을 것 같아요. 대표님의 계획도 여쭤보고 싶어요. 앞으로 또 어떤 알을 깨 보고 싶으신가요?
남보라 제가 펼칠 수 있는 영향력을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봉사에 대한 걸 SNS에 올리면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봉사 물품을 보내주시거든요. 그런 봉사 물품도 더 잘 전달하고 싶어요. 재단이 세워지면 좋겠단 생각도 해요.
유보라 끝나지 않은 도전,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과 ‘무무’, ‘무하스’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남보라 새내기 사장이라 아직 서툴고 부족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시는 사랑을 잘 받고 잘 전하는 브랜드가 될게요.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지켜봐 주세요!
<키뮤 매거진>은 키뮤스튜디오의 안과 밖 이야기와 더불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브랜드와 사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인사이트를 담아내는 키뮤의 브랜드 매거진입니다. 키뮤스튜디오는 '특별한 디자이너'와 함께 콘텐츠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유니크한 소셜벤처입니다.
인터뷰 - 유보라, 김효선 │ 정리·편집 - 유보라 │ 사진촬영 - 이로운 │ 사진편집 - 김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