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장기여행 중 먹은 태국 디저트 후기
딱히 가계부를 작성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방콕 여행 중 대부분의 지출은 태국의 디저트를 탐구하는데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태국 디저트는 재료는 퍽 단순하지만 모양이 화려해 손이 많이 가는 게 특징이다. 또한 알록달록 색이 고와 보는 재미까지 있다. 태국의 대표적인 간식으로는 태국식 팬케이크인 ‘카놈 브앙’, 연유를 뿌린 찹쌀밥과 망고가 같이 나오는 ‘카우니 여우 마무앙’, 태국식 약과인 ‘카우똠맏’, 하얀색 푸딩 아래 찹쌀밥을 숨기고 있는 ‘카놈 따꼬’ 등이 있다. 들어가는 재료와 요리법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태국식 떡 ‘카놈똠’과 타이식 밀크티 ‘차옌’ 그리고 하루에 두 개씩 챙겨 먹었던 맥도날드의 콘 파이였다.
‘카놈똠’을 처음 맛본 건 아리 역 근처의 통요이 카페였다. 통요이 카페는 타이 디저트 맛집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곳인데 당시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한쪽 벽면이 꽃으로 가득한 내부와 더불어 예쁜 디저트로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카페의 주인은 나를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아마도 한국 사람의 방문이 처음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내가 이곳을 어떻게 찾아왔는지 무척 신기해하면서 각 디저트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카페 주인의 추천을 받아 디저트를 여러 개 주문했는데 단연 그중 으뜸은 ‘카놈똠’이었다. ‘카놈똠’은 명절에 즐겨먹는 송편과 비슷하다. 찹쌀 반죽 안에는 설탕에 졸인 코코넛 과육이 들어있고 겉에는 길게 채 썬 코코넛 과육을 버무려서 씹을 때마다 고소한 코코넛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사실 방콕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카놈똠’은 휴가 겸 방콕에 놀러 온 내 친구 J가 프롬퐁 역 근처 오픈마켓에서 사준 것이었지만 내가 유독 통요이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차옌’ 때문이다. ‘차옌’은 홍차에 우유와 연유를 넣어 만든 타이 밀크티인데 달달하고 시원해서 현지인들도 즐겨 먹는 음료 중 하나다. 집 앞에 있는 노상들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음료였지만 통요이의 ‘차옌’은 고소한 맛까지 더해져 여느 카페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후로 나는 태국식 디저트를 파는 곳들을 자주 찾아다녔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절대 맛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나를 위로했던 건 여행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한국 맥도날드에서도 콘 파이를 판매한다는 소식이었다. 태국 맥도날드에는 콘 파이, 두리안 파이, 그린 카레 파이, 게살 파이 등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몇 가지 독특한 디저트들이 있다. 그중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먹는 건 단연 콘 파이. 바삭한 파이 속에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과 옥수수 알갱이가 들어있어 하나만 먹기엔 아쉬운 맛이다. 늘 한국에서는 왜 팔지 않을까 의문이었는데 출시 소식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맥도날드의 콘 파이를 한입 베어 문 순간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밀가루 맛이 가득한 데다가 크림의 질감이나 향도 정말 달랐다. 안 그래도 한국에 돌아와 종종 만들어 먹던 ‘차옌’이 영 맛이 나지 않아 서러웠던 찰나 그리움이 몰려왔다. 뭐든 그때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다는 걸 모르고 시암 역 근처 타이 디저트 카페 쉐르 치바(Cher Cheeva)에서 주인이 자신 있게 추천한 파란색 푸딩 디저트를 남기고 왔다. 그밖에 코코넛 아이스크림, 태국 과자 등 한입 먹고 버린 음식은 물론 겁이 나서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던 디저트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콘 파이만 먹다 온 건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