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 즐거운 망치질 소리

2019 포스코미술관 기획 초대전 조환

by 김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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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강원도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거세게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거친 산세를 보기 위해서다. 나의 일상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을 찾아 나는 그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았나 보다.


덕분에 장거리 운전이 퍽 익숙해졌으면서도 ‘고철’이 ‘속도’를 내며 달린다는 단순한 사실이 여전히 두려웠다. 돌아보니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철’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만지고 쥐면서도 산이나 바다를 감상하듯 대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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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가 닿으면 알아서 휘휘 제자리를 맴도는 자동 회전문을 지나 층고 사이를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맛집이 즐비했고 높이 솟은 대형 수족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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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깔끔한, 익숙한 것들을 지나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철을 이용한 전시가 처음인 탓도 있었지만 새하얀 벽에 걸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서 어느 명필가의 한 획처럼 시원한 무언가가 그 안을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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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만들어진 대나무, 매화, 소나무는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깎였을 또는 깎아낸, 여러 번의 망치질을 견뎌낸 또는 해낸, 이밖에 수도 없는 작업을 지나오면서 만들어졌을 순간들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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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이지만 더 이상 금속이 아니게 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오는 길. 아마 근래 나의 무기력함과 무덤덤함의 근원을 발견했다. '일상을' '익숙하게' 지나쳐버리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인 탓이었다. 깎이고 다듬어지는 일들을 회피하며 요령만 실컷 피운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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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엔 희망이나 염원이 없었다. 땀을 흘리는 일도 없었으며 때문에 즐거운 망치질 소리일랑 존재할 수 없었다. 강원도 산 속도 아니고 복잡한 도시 속 어느 지하였지만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피어있는 어떤 풍경이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당분간 내게 없는 것들을 곱씹으며 불행해지는 일은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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