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동네서점 '스토리지 북 앤 필름' 강남에 다녀오다
10대 때 강남은 맛있는 새우 그라탕을 먹기 위해서라면 찾아갈 수 밖에 없는 동네였고 20대 때 강남은 술집과 맛집 명소 그 사이.
하지만 안양 거주 중인 30대에게 강남은 밥벌이가 아니고서야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인구 과밀도의 도시였다.
하지만 해방촌이 걸어 들어왔다고 하니 안 가볼 수 없었지.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은 본래 해방촌에 있는 동네 서점이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이 공간이 강남 대로변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니.
사실 첫날은 아무런 정보 없이, 단지 강남에 생겼다고 해서 호기심에 방문했다가 거절당했다.
코로나 때문에 겨우 예약하고 금요일 6시 퇴근 땡 치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3분이나 걸렸으려나.
2층엔 고성의 글라스 하우스가, 4층엔 시현하다가 입점해있다.
핫함과 핫함 사이, 서점이라니.
소심한 아웃사이더 친구의 색다른 면을 본 날처럼 흥분되고 흥미롭고 반가웠다.
당분간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터라 한가롭다.
아래는 오늘 나를 애틋하게 했던 책들. 너희를 모두 살 순 없지만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책은 왜 글이라고 생각했을까.
책을 쓰다듬어보진 않았을까.
책이 액자를 대신할 수 있다는 건?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오갔다.
서로의 취향을 탐닉하는 것만큼 즐거운 게 어딨을까.
책에 굿즈에 홀린 마음을 스탬프 쾅쾅 내리쳐보지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걸.
결국 책 한 권 수첩 하나 데리고 왔다. 7일을 기약하며. 우리에겐 앞으로 더 좋은 날들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금요일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월급날이라 돈 걱정 없이 고기와 와인과 맥주를 홀짝거렸다.
책도 샀다.
해방촌에서 강남
강남에서 해방촌
직장에서 서점
서점에서 직장
긴 다리 하나를 허물어버린
즐거운 날.
퇴사하지 않을 이유가 생겼다.
내 안의 소녀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