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로 떠나야 하는 몇 가지 이유
주말 저녁, 일을 마치자마자 용산역까지 달려갔다. 부랴부랴 여수행 표를 끊고 카페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추천 여행지를 검색했다. 아무런 정보나 준비 없이 급작스럽게 떠나는 여행이 불안했다. KTX(한국고속철도)를 타고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했을 때 코끝에 닿은 여수의 신선한 공기 내음은 모든 걱정을 잠식시켰다. 전라남도 여수는 따뜻한 남쪽에 있으며 ‘물이 좋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수에는 총 317개의 섬이 있으며 지난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오동도
숙소는 오동도 근처 엠블호텔로 잡았다. 지도를 보니 여수는 생각보다 넓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이 근처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새벽에 도착해 몰랐는데 창밖으로 파란 바다가 그림처럼 걸려있고, 저 멀리 오동도로 들어가는 방파제가 눈에 띄었다.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리게 됐다. 194종의 희귀 수목과 용굴, 코끼리바위 등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오동도는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섬 전체가 동백 숲이라 할 정도로 동백이 많다. 여수는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오동도 이곳저곳을 구경하기에 좋다.
이순신 광장
오동도를 둘러보고 근처 식당에서 게장 정식을 주문했다. 이곳은 전라도니까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맛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식사 후 도착한 이순신 광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조물은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 거북선이었다. 먼저 실제 거북선을 재현한 듯한 외형에 압도당했고 거북선 내부에 전시된 수군들의 역동적인 모습과 임진왜란 당시의 생생한 모습에 마음을 뺏겼다. 광장 한쪽에는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와 임진왜란의 과정 등을 담은 벽화가 있다. 인근 가게에서 거북선 빵을 파는데 준비된 빵이 모두 소진돼 나는 맛을 볼 수 없었다. 거북선 모형을 등지고 벤치에 앉아 여수의 바다를 구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2월까지 빛노리야 축제가 한창인 돌산공원
여수하면 돌산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돌산공원의 공원 산마루에는 돌산대교준공기념탑이 서 있는데 이곳에서는 돌산대교, 여수바다, 여수항, 장군도 등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는 운이 좋아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빛노리야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얼굴보다 훨씬 큰 솜사탕을 먹으며 겨울바다에 형형색색 불빛이 더해진 낭만적인 풍경을 감상했다. 돌산공원에서 여수 밤바다 사이를 가르는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숙소가 있는 오동도로 돌아갔다.
만성리검은모래해변 그리고 레일바이크
다음날 국내에서 유일하게 검은 모래가 있는 ‘만성리검은모래해변’에 갔다. 검은 모래와 운치 있는 갈대 파라솔로 유명한 이곳은 여수엑스포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3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백사장에 깔린 검은 모래는 원적외선의 방사열이 높아서 모세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돕고 땀의 분비를 촉진시켜준다. 겨울이라 한적한 바다를 서성이다 해양레일바이크가 탈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해안 철로를 따라 바다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향일암
여수 여행에서 가장 많이 의지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닌 택시 기사들이었다. 한 기사님이 향일암을 적극 추천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보지 못했다. 향일암은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의 한 곳으로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나오는 길엔 방죽포 등 해수욕장이 많고, 돌산공원, 무술목전적지, 고니 도래지, 흥국사 등이 가까이 있다. 다시 한 번 여수에 방문해 향일함에서 남해 수평선으로 펼쳐지는 일출 광경을 보고 싶다.
장어탕과 서대회무침
여수 여행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다면 장어탕과 서대회무침이다. 장어탕 역시 택시 기사님이 소개해준 먹을거리다. 먼저 장어탕은 장어구이와 함께 여수의 대표적인 별미다. 조리법도 집집마다 다양하고 맛도 제각각이다. 우거지장어탕은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며, 들깨가루를 넣어서 장어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세련되지 않은 가게 한쪽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먹었던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귀한 손님이 오실 때만 내놓는다는 서대회무침은 1년 이상 발효시킨 막걸리로 만든 천연식초를 사용해 비린내가 적고 담백한 맛이 빼어나다. 막걸리 식초의 새콤한 맛이 어우러진 서대회무침은 여수의 대표적인 미향 요리일 뿐만 아니라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별미 중의 별미다. 따끈한 밥에 버무려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새콤달콤한 서대회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