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례 Oct 31. 2017

결혼, 해도 괜찮아? ‘결혼해도 괜찮아’

여성학자 박혜란이 들려주는 결혼의 기술

해질녘, 나는 아파트 앞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뒤를 따라가는 한 중년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대신 막걸리 병을 쥐고 있었다. 쓸쓸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래 역시 하나보단 둘이지’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둘이 되기란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둘이 된다 한들 어째 고통은 배로 느는 것 같은지. 결혼, 이 막막한 이름 앞에서 겁부터 먹은 내게 누군가 이 책을 건넸다. 『결혼해도 괜찮아』(나무를 심는 사람들, 박혜란, 2015).


『결혼해도 괜찮아』/ 박혜란

허점, 위로가 되다

대학 1학년, 교정을 거닐다 만난 연극반 선배와 결혼한 작가 박혜란 씨는 취업주부 4년, 전업주부 10년, 시간제근무 주부 30년, 할머니 경력 10년차 여성학자다.

그의 45년간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 �결혼해도 괜찮아�는 사랑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누군가의 결혼 자랑기 또는 강한 어구로 결혼을 설득하는 일반 결혼 서적들과 다르다. 그는 책 초장부터 남편과 싸웠던 일, 이혼을 결심했던 사건 등 갖가지 일화를 쏟아낸다. 과연 책 제목대로 결혼해도 괜찮을지 의문이 들다가 어느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많이 먹어본 익숙한 맛에 절로 웃음이 난다. 그는 오랜 결혼생활에서 배어나오는 현장감을 토대로 상대방의 성격, 취미, 습관에 대한 이야기, 아이 낳기 딱 좋은 때, 결혼기념일 함께 챙기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부부싸움 끝내는 현명한 기술, 이혼과 재혼에 임하는 자세, 결혼제도를 거부하고 독립적 생활을 꿈꾸는 비혼, 결혼 정년제에 대한 단상 등등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을 직접 묻고 답한다. 허점으로 가득한 그의 결혼 이야기는 완전 공감으로 이어져 끝내 보통 사람들을 향한 위로가 된다.    





진흙탕, 여럿이 함께 빠지면 놀이터!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삽화다. 이 책 중간 중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삽화는 만화가 윤정주 씨의 작품이다. 20년차 주부인 그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던 저자 세대의 데이트 풍경은 물론 오늘날 젊은 연인들의 분노의 카톡 문자질도 그림으로 재치 있게 형상화했다. 연애의 낭만, 콩깍지가 벗겨진 후 결혼의 엄혹한 현실, 육아의 고단함과 보람 등을 담은 특유의 감성이 담긴 40여 컷의 그림은 작가의 글과 어우러져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결혼에 대한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결혼 백신 �결혼해도 괜찮아�와 함께 결혼, 그 두 배로 넓어진 세상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