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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 정조이산과 젊은그들

정조 임금님이 나라를 다스렸던 18세기 후반의 조선은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문화부흥의 시대였습니다그런데 우리만 그랬을까요시야를 확대해서 전 세계를 둘러봅니다정조 임금님의 치세기간에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죠그리고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또 미국은 영국에 독립선언을 함으로써 최초의 민주공화국으로 발돋움을 시작했고요청나라는 어떻습니까건륭황제 통치 42년에 접어든 청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최대의 문화발전기를 맞이하고 있었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집니다정치경제문화예술사회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었고요전에는 양반의 자제들이 향촌의 산림학자에게 보내지고 정통 주자학을 계승하는 학문적 흐름을 보였지만 정조 시대에는 정통 주자학풍에서 벗어나 다른 학풍까지 수용하는 자유로운 학문의 풍토가 조성되었습니다

학자들은 서울에서 직접 자신의 산하에서 제자들을 육성하기도 했는데요그 덕분에 연암 박지원과 담헌 홍대용의 문하에서 이서구남공철서유구 등의 사대부층 학자들과박제가이덕무 등 서얼 출신의 학자들도 배출되었지요덕분에 산림까지 내려갈 필요 없이 서울에서 당색과신분을 초월한 문화예술의 교류가 가능했고이것이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공유하는 풍토를 초래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과도 관계 지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예전에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교수를 찾아가고그 교수가 있는 학교에 입학을 하고그 학맥을 잇는 구조였지요마치 향촌의 산림학자에게 찾아가 일정 기간 공부를 하고학맥을 잇는 것처럼요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으면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구조입니다또 SNS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뜻을 직접 대중들에게 바로 전할 수도 있고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사람들은 신분을 넘어 교류를 하기 시작하고서울은 점차 도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반면 지방사회는 서울에 비해 낙후하기 시작하고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고조되어 지방을 경시하는 풍조도 새로이 등장하죠이것도 지금과 비슷한 현상이죠.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말은 제주도로 보낸다라는 말이 이때 나왔는가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조선왕조는 400년을 맞이하여 성숙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고청국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종교와 학문이 빠른 속도로 조선에 자리 잡아가고 있었으며사회 신분적 제도가 무너지는 현상을 보였으며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새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이 싹트고 있었지요덕분에 북학이 풍미하고청조고증학서학 같은 외래의 자유로운 문품이 유행했습니다그 가운데 정조는 이 모든 것들 가운데서 균형을 잡고개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조선을 차근차근 준비시키고 있었죠



이젠 시간을 건너뛰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한번 둘러볼까요국내를 한 번 살펴보고세계 속의 한국을 한번 보세요제가 아는 분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그분은 글을 쓰는 사람인데 요즘은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글을 쓸 때 중심 잡기가 어렵다고요자기도 혼란스러워서 뭐가 뭔지 모를 때가 있다고요, LTE 속도로 변하는 세상이니까요변화가 빠르지 않았을 때에는 세계는 비교적 안정화되었다고 할까요고정되어 있으므로 쉽게 파악하고적응할 수 있었죠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수많은 정보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원하지 않아도 그 정보를 흡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가 자주 있습니다인터넷에 접속하면 그야말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궁무진한 정보에 접속되니까요특히나 글 쓸 때 웹서핑을 하다가는 글은 뒤로하고 생각지도 못한 인터넷 세상을 헤엄치고 다닐 때가 자주 있죠조심해야 합니다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상식이 될 때가 있고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예전에는 자본 없이 기업을 세우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요즘엔 곳곳에 1인 기업이 생겨나고 있죠자신의 집에서 컴퓨터 한 대로 혹은 도서관에서 아이폰 한 대로 1인 기업이 되고 1인 사장이 되는 세상이죠쉽게 자신의 생각을 실험하고 또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오다 보니 생각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요즘입니다그래서 찾아오는 변화 중 하나가 영적인 세상에 대한 관심이라 할까요이 전에는 잘 먹고 잘사는 게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를 원하는 거죠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웰빙 바람이제는 마음도 치유하는 힐링 바람이 불어왔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최고의 복으로 생각하던 것에서 요즘엔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최고로 치죠아시잖아요, ‘행쇼(행복하쇼)!’ 그런 탓인지 영적인 분야의 문턱도 점점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몇십 년 동안 판사로 재직한 분이 법복을 벗고 스님이 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죠최근엔 교수 출신 스님이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또 명상센터가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출퇴근길에 들러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예전 같으면 명상이라고 하면 또 종교인이라고 하면 속세를 등진 채 산속에서 면벽 수련을 하는 이미지가 강했죠저 같은 사람도 굉장히 도시적이고 전문적인 삶을 추구하던 사람인데 이렇게 시골에서 여러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게 될 줄은 몰랐고요


강의를 듣는 여러분도 마찬가질 거라고 생각해요좋은 직업도 가지고 있을 테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훌륭한 아버지 혹은 어머니자식으로또는 직장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으면서 이렇게 강의를 들으러 나오고 책을 사고 말이에요단순히 먹고 사는 것 이상삶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까 그러시는 거겠죠존경스럽군요.

삶이 윤택해지니까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정신적인 차원으로 생각의 폭이 넓어집니다아까 요즘 시대의 트렌드 중 하나가 영적인 것에의 관심이 넓어진 것이라고 했죠그리고 또 하나는 각 분야의 크로스오버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예요다양한 분야와 사람들의 만남이 용이해지니까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자유롭게 변주하고 자유롭게 사유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기도 하고더 큰 범주로 통합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일반인이 종교인이 되기도 하고종교인이 대중의 영역으로 오기도 하고학자들은 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논문만 쓰다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서를 내기도 하고환경운동을 하는 연예인도 있고배우이면서 작가인 사람도 있고가수면서 배우인 사람도개그맨이면서 가수도배우도 겸하는 사람도 있죠또 투잡스쓰리잡스 족들도 있고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를 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생겼고프리터족(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들도 있죠학문적인 측면만 봐도 이전에는 없던 과들이 많이 생겨나죠. (이전에 없던 과 찾아서 넣기또 서양 학자들이 우리나라 학문예를 들면 퇴계학다산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죠


우리나라 한의사 중에 파란 눈의 외국인이 있다는 것 아세요이분은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우리나라에 출장을 왔다가 우연히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거기에 반해 한국에 와서 한의학을 공부했다고 하더군요우리나라 1호 한의사예요또 몇 년 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고려사를 공부하는 독일인 이야기도 본 적이 있어요교육의 측면은 또 어떤가요예전에는 학교라는 곳에 가야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이제는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도 웬만한 대학수준의 교양강좌를 수시로 들을 수 있고학원이라는 사설교육 기관도 있을 뿐 아니라카페나 개인 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을 모셔놓고 공부를 하기도 하죠직업도 마찬가집니다온라인 커뮤니티 매니저라든가 노인부양 코디네이터교육상담가티 소믈리에니 하는 직업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이 생긴 직업이지요문화적인 측면도 그렇습니다클래식한 음악을 연주하던 사람이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하고오페라와 팝을 합친 팝페라 가수도 있고요국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사람도 있죠명절이나 특별한 때만 입던 한복을 일상에 입기도 하잖아요그죠


이제 여러분의 가정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핵가족화 현상은 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삼대가 모여 사는 풍경이 일반적이었죠이제는 가족의 범주가 다양해졌습니다한 부모 가정다문화 가정또 혈연으로 엮이지 않아도 가족인 경우도 많죠제가 사는 공동체 마을 사람들이 그렇고입양의 경우도 그렇죠또 부모와 자식 관계가 어떻습니까예전에는 자식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께 문안 인사하는 것이 예의였다면 요즘엔 거꾸로 되어간다고 할까요후후후저도 부끄럽습니다자식이 귀하다 보니까 가정의 중심은 부모가 아니라 자식인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죠예전 우리네 가정의 중심이 아버지였다면 요즘은 어머니 혹은 자식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또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점점 수평적으로 변화하죠친구 같은 부모와 자식 관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좋고 나쁨을 말하자는 게 아니라 세태가 그런 것 같다는 얘기죠옛날이여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겠죠


제가 자라던 시절인 8, 90년대에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죠시골에서 전학 오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으니까요요즘은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죠은퇴한 부부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또 귀농귀촌 바람을 타고 시골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사무실을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제가 사는 마을에서도 시골이긴 하지만 다양한 인사들을 마을에 초대해 인근 지역의 사람들과 강의를 듣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는데요예전에는 도시가 아니면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어려웠으니까 도시집중현상이 생겼다면 요즘은 시골이라고 해도 교통의 발달미디어의 발달로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그러니까 시골 출신이라고 하면 흔히들 까만 얼굴에 촌스러운 옷차림을 떠올리겠지만 요즘 그런 소릴 하다간 여러분야유 듣습니다


이젠 세계 속의 한국을 볼 차례입니다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데요먼저 영화계 이야기부터 해볼까요여기 있는 여러분도 느끼다시피 요즘 우리나라 감독이 해외에 스카우트되어 영화를 만들기도 하잖아요최근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전 세계에 개봉되어 인기를 끌었었죠그리고 최민식 주연의 올드 보이도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서 개봉되었고요이런 현상이 제가 어렸을 때인 8, 90년대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지요그때는 헐리우드 영화들이 우리나라 영화 시장을 점령했었죠우리나라 영화가 개봉관에서 1, 2위 하는 건 드물었지 않나 싶습니다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영화순수 Made in Korea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오히려 해외에서 우리나라 영화 시스템을 배우러 오죠합작도 자주 이루어집니다


예전에는 외국 친구들과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할 때 우리나라 문화는 저들이 모르니 제가 외국 친구들 나라의 문화를 공부해서 그것을 주제로 삼아 얘기했지만 요즘은 괴물(봉준호)’, ‘살인의 추억(봉준호)’, ‘올드보이(박찬욱)’ 같은 영화를 외국인 친구들도 알고 있어서우리 문화를 주제로 삼아 얘기하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또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운동선수들박지성박찬호박세리김연아 씨 같은 분들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하고 계시죠축구야구골프피겨 같은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선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치 않았던 분야인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죠



이로써 여러분은 깨닫습니다시대의 흐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고독자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요지구라는 틀 전체를 놓고 세계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개별 나라의 흐름은 어떻게 흐르고또 기후의 변화라든가 별자리의 변화까지 더불어 관측할 때 전체의 흐름을 알고 앞을 예측할 수 있달까요이 모든 것을 다 파악하려면 내 머리가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맞는 말입니다그럴 경우엔 하나의 작은 사건을 깊게 파는 수도 있고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파악하는 수도 있겠죠


흔히 200~250년을 주기로 역사에는 큰 변곡점이 생긴다고 해요정조 선인님이 돌아가신 게 1800그리고 지금이 2013년이죠. 213년이 흘렀습니다또 다른 변곡점의 시기에 접어든 것입니다·정조 시대는 조선 역사상 문화적으로 가장 성숙했고지금 대한민국도 역사 이래 문화적으로 가장 부흥하고 있죠이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도자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걸 보면 한 시대가 마감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죠어쩐지 서글픈 마음도 들고 허전하기도 합니다그분과 직접 마주 대한 적은 없어도 어렸을 적부터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해서 그럴까요하지만 슬퍼할 것만은 없는 것이 한 시대의 마감은 달리 보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죠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영조임금께서 승하함으로써 정조시대가 열린 것처럼요여러분이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의지했던 분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여기서 여러분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한 사람의 뛰어난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릴 것인가아니면 나 스스로 내 갈 길을 개척할 것인가

출처: 세계최초군주혁명가, 정조이산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468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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