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0명일 때, PM이 해야 할 생존 전략
오늘은 야심 차게 준비한 '소셜 러닝 앱'의 런칭 날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앱을 배포하고 첫 사용자가 들어오길 기다립니다. 하지만 막상 가입한 사용자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텅 빈 랭킹 보드와 아무도 없는 커뮤니티 게시판입니다. "함께 달리면 즐겁다"라는 우리 앱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지는 순간, 사용자는 3초 만에 앱을 삭제하고 익숙한 인스타그램으로 떠나버립니다.
플랫폼이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준비하는 PM들이 겪는 가장 큰 악몽, 바로 '콜드 스타트(Cold Start)' 문제입니다. 데이터가 없어서 사용자가 안 오고, 사용자가 없어서 데이터가 안 쌓이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용자가 아직 한 명도 없을 때, 우리 앱은 무엇을 줄 수 있나요? 친구가 없으면 아무 쓸모 없는 앱은 실패합니다. 성공한 플랫폼들은 초기에는 아주 강력한 '나 혼자 써도 유용한 도구(Tool)'였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소셜 네트워크이기 전에 아주 예쁜 필터 카메라였고, 초기 스트라바(Strava) 역시 친구 기능보다는 내 기록을 정확하게 관리해 주는 '로그' 기능이 핵심이었습니다.
러닝 앱의 초기 전략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랭킹이나 경쟁 시스템은 나중 문제입니다. 우선은 친구가 없어도 '달리기 기록 측정', '나만의 코스 저장', '인터벌 타이머' 같은 개인용 도구로서의 가치(Utility)가 압도적이어야 합니다. 사용자가 "친구는 없지만 기록 재는 게 편해서 쓴다"라고 느끼게 만드세요. "도구(Tool)로 유입시키고, 네트워크(Network)로 묶어두는 것"이 콜드 스타트 탈출의 정석입니다.
사용자들이 알아서 멋진 러닝 코스를 올리고, 서로 "파이팅" 댓글을 달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세요. 초기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100% 공급자(PM과 운영팀)가 만듭니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창업자들은 초기에 수백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직접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활발한 커뮤니티인 척 연기했습니다.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여기서 어떻게 놀면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이드라인입니다.
러닝 앱이라면, 사용자가 코스를 등록하길 기다리지 말고 PM이 직접 서울 시내 주요 러닝 코스 50개를 사진과 함께 예쁘게 등록해 두세요(Seeding). 게시판이 썰렁하다면 운영진이 매일 '오늘의 달리기 인증'을 올리세요. 사용자는 텅 빈 식당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몇 테이블이라도 차 있는 식당에는 호기심을 갖습니다. 시스템이 돌아가기 전까지, PM은 기획자가 아니라 가장 열성적인 '헤비 유저'가 되어야 합니다.
전 국민을 타겟으로 오픈하면 망합니다. 서울에 사는 사용자와 부산에 사는 사용자가 앱에서 만났는데, 서로 활동 지역이 다르다면 아무런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넓은 종합운동장에 사람 10명을 풀어놓은 것과 같습니다. 분위기가 썰렁할 수밖에 없죠.
초기에는 타겟을 극도로 좁혀서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 러너를 위한 앱"이 아니라 "여의도 공원에서 뛰는 직장인 러닝 크루" 하나만을 타겟으로 삼아 그들을 집중 공략하세요. 좁은 단칸방(특정 지역, 특정 크루)에 50명만 모여 있어도 그 안에서는 랭킹이 치열하게 바뀌고 게시판이 시끌벅적해집니다. 그 작은 그룹에서 '아하 모먼트'가 터지면, 그때 옆 동네로 확장해도 늦지 않습니다. 틴더(Tinder)가 USC 대학 기숙사 파티에서 시작했고, 페이스북이 하버드생만 가입받았던 이유를 기억하세요. 불은 좁은 곳에서 붙일수록 더 뜨겁게 타오르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