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별로 달라져야 할 PM의 성장 방정식
프로덕트 매니저(PM)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 우리는 흔히 ‘문제 해결사’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연차가 쌓임에 따라 우리가 마주해야 할 대상이 ‘해결책’에서 ‘문제 그 자체’로 이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풀어내느냐가 성장의 척도라면, 시니어가 될수록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의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됩니다. 이 관점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곧 PM의 성장 방정식입니다.
커리어 초기인 주니어 PM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실행의 완결성'입니다. 이때는 보통 상위 기획이나 비즈니스 목표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에서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탈률을 줄여보자"라거나 "회원가입 페이지를 개편하자"와 같은 구체적인 과제를 받았을 때, 주니어 PM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 즉 '정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레퍼런스를 분석하고,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꼼꼼히 챙겨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막힘없이 일할 수 있도록 상세한 명세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됩니다.
이 시기에 겪는 가장 큰 착각은 '나만의 독창적인 기획'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입니다. 하지만 주니어 단계에서 조직이 기대하는 것은 화려한 전략보다는, 정해진 일정 내에 버그 없이 기능을 배포하고 의도한 대로 동작하게 만드는 탄탄한 기본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지, 어떻게 하면 스펙 누락 없이 문서를 작성할지와 같은 ‘How’에 집중하며 정답을 맞혀가는 과정에서 PM으로서의 신뢰 자산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성실하게 ‘정답’을 찾아 기능을 배포해왔던 PM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시기가 옵니다. 분명 기획 의도대로 완벽하게 구현했는데, 고객 반응이 미지근하거나 비즈니스 지표가 움직이지 않을 때입니다. 이때가 바로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성장통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How)"의 고민을 넘어, "우리가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가(Why)"와 "이것이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What)"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시니어 PM의 역할은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요청 사항은 쏟아지고 리소스는 한정된 상황에서, 시니어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그 이면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듭니다. 예를 들어, 영업팀에서 "고객이 A 기능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라고 요청했을 때, 주니어는 A 기능을 어떻게 빨리 만들지 고민하지만, 시니어는 "고객이 왜 A 기능을 원할까요? 그들이 겪고 있는 진짜 불편함은 무엇일까요?"라고 되묻습니다. 고객의 요구사항(Want)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숨겨진 욕구(Need)를 찾아내어 '진짜 문제'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니어 PM은 종종 "아니오"라고 말하는 악역을 맡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기에, 지금 우리 조직이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나머지 것들을 과감히 쳐내는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설을 세우고, 불확실성을 관리하며, 팀원들이 확신을 가지고 달릴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시니어가 정의해야 할 '문제'의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