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성수동에서 이상한(?) 팝업 스토어가 오픈을 했습니다. 바로 팔란티어(Palantir) 팝업 스토어 입니다. 팔란티어(Palantir)는 CIA, 미국 국방부, 그리고 거대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전형적인 B2B(기업 간 거래) 기업입니다.
그런 회사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그것도 트렌디한 서울 성수동에서 '굿즈'를 파는 B2C 팝업 스토어를 연다는 것은 언뜻 보기엔 비합리적인 마케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PM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선 매우 정교한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다음과 같은 특정 집단의 'B2C 팬덤'을 타겟했습니다.
한국은 팔란티어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국가입니다. 팝업을 통해 CEO가 직접 방문하고 굿즈를 판매하는 행위는 투자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강한 유대감과 로열티를 심어줍니다. 주주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 관계) 활동인 셈입니다.
또한 팔란티어는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수동의 트렌디한 젊은 세대는 곧 팔란티어가 원하는 최고 수준의 개발자, 디자이너, PM입니다. '무거운 빅데이터 기업'이라는 이미지 대신, '힙하고 유니크한 문화를 가진 테크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어 잠재적인 채용 시장에서 매력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란티어는 창업 초기부터 CIA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다소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B2C 팝업을 운영하여 "우리는 일반 대중과 소통할 의지가 있는 열린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성수동이라는 문화적 핫스팟에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팔란티어의 이미지를 '올드한 정부 기관 납품 기업'에서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는 혁신적인 AI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는 팔란티어의 이미지를 '힙'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프로지셔닝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여집니다.
보통 기업에서 판매하는 굿즈는 단순히 수익을 넘어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합니다. '온톨로지 후드티'와 같은 굿즈는 팔란티어 팬덤의 소속감을 높이고, 일상생활에서 브랜드를 노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그리고 팔란티어의 B2B 제품인 '고담(Gotham)'이나 '파운드리(Foundry)'를 일반인이 직접 체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팝업은 굿즈 구매라는 가벼운 행위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유'하게 만드는 새로운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팔란티어의 성수동 팝업은 투자자 관계 강화, 채용 브랜딩, 그리고 폐쇄적 이미지 탈피라는 여러 마케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다목적 전략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