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수의 얼굴만 보고 사기엔...
음원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1년동안의 음원 저작권 순위를 보면 10억원 정도입니다. 특정 업계의 탑을 달리는 인물의 수익이 이 정도면 매우 작은 수준으로 보여집니다. 다시 말해 음원 순위가 높다고 돈을 많이 버는 시대는 아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콘서트, 굿즈에 많은 힘을 쏟지요. 누군가는 말도 안되는 퀄리티의 상품을 단순히 아티스트의 얼굴과 로고가 박혀있다는 이유로 비싸게 팔고 다른 누군가는 그에 알맞는 가치를 선보입니다.
많은 브랜딩 전문가들은 브랜딩을 '팬덤을 구축하는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해석해보면 '팬덤'이 주 소비층이 된 산업에서는 물건을 파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자격을 갖췄다면 어떤 가치를 팔아야 할 것인가. 오늘은 이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리지스 퍼프의 경우 지난여름 남성 파리 패션위크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지만, 보통 캑터스 잭 웹사이트에서 투어 티켓이나 음반 항목 옆에 'shop'이라는 탭을 넣어 한정 판매하는 식인데 이게 앨범 프로모션용 굿즈도 아닌 게, PB 브랜드라 하기에도 감도가 썩 괜찮았습니다. 꼭 트래비스 스콧의 음악을 즐겨 듣는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좋아한다면 쉽게 입을 수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친근해졌다는 게 핵심입니다. 한 개인이 브랜딩 되는 요즘 시대에 뮤지션들은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고 그 한계점을 뛰어넘거나 혹은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소비층을 넓히고 있습니다.
작년 강남에서 방탄소년단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습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팝업 스토어는 약 200여 종의 MD를 총망라한 메인 쇼룸과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와 캐릭터를 주제로 한 체험형 쇼룸, MD와 F&B 구매 공간 등으로 구성돼 관람과 체험과 구매가 모두 가능한 멀티 공간으로 조성되었지요. 단순히 방탄소년단 굿즈만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특별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팝업스토어로 영상으로 접했던 아이즈원 홍대 팝업스토어가 생각납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연계된 카페에서 팬들이 모여 랜덤 굿즈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즉, 팬들이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고 놀 공간을 만든 경우입니다. 이렇게 팝업스토어는 굿즈를 판매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시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브랜드(아티스트)라는 '놀이공원'에서 사람들이 와서 놀고 가고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상품을 기념품의 형식으로 판매합니다. 그 기념품이 퀄리티가 좋고 일명 '일코(일반인 코스프레)'가 가능하면 금상첨화!
마지막으로 싼 가격에 사들여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게 당장의 수익에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굿즈를 단순히 얼굴, 로고 장사가 아닌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판매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자격이 더욱 견고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