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메뚜기 잡기

by 김춘영

저번에 메뚜기 잡아 참기름에 볶아 먹은 이야기를 동화 같다고 하신 분이 계셔서

그 이야기를 다시 써본다.

우리 나이대라도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동화에서나 읽었을 이야기일 거다.

내가 어릴 적엔 아이들이 메뚜기나 개구리를 잡아 불에 구워 먹는 일은 농촌에서 흔한 일이었다.

내가 메뚜기를 잡은 기억은 나는데 직접 불에 구운 기억은 없다.

그런데 고소하다며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마 남자애들이 구워 주었을 것이다.


이십 년 전 이곳에 와서 이웃에게 메뚜기를 선물 받곤 했다. 꽤 많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조금씩 꺼내 먹기도 하고 메뚜기 좋아하는 이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메뚜기를 잡아 판매한 돈으로 남편의 겨울점퍼를 사주었다고도 했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 메뚜기가 많았을까

그러나 메뚜기를 잡으러 나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메뚜기 잡는 사람들을 본 적은 있었으나 잡아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빠가 메뚜기가 있을까 메뚜기 잡으러 가자 해서 운동 겸 따라나섰다.

첫날에는 오빠가 조그만 물병을 들고 메뚜기를 잡아 병에 넣고 마개를 닫고 또 잡고 열고 넣고 닫고 하는데 내가 물병 들어줄 생각을 못했다. 아프면서 머리가 좀 아든해진 것 같다.

벼를 거의 다 벤 들녘이라 그런지 메뚜기를 많이 잡진 못 하고 작은 물병에 반정도 잡아왔다.

돌아와 목욕하고 나가보니 오빠가 물에 담가 익사시켜 메뚜기 날개를 떼고 유리반찬통에 담아놓았길래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메뚜기를 쏟았더니 몇 마리는 살아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다 얼른 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한 마리 한 마리 찾아서 뒤집개로 꼭 눌러 도망 못 가게 하며 볶았다. 메뚜기야 미안하다. 하면서.....

인간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그런데 어쩌라고

옛날 생각하면서 먹어보겠다는데 누가 뭐랄 것인가.

추억을 꼭꼭 씹어 먹었다.

고소했다.

조금 남겨 남편에게도 먹였다. 공범이 되어야 마음이 편하니까

남편이 날개 떼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본다고 누가 날개 떼어 볶아먹느냐고 했다.

그래서 그다음 날 잡은 메뚜기는 그냥 익사시켜서 볶아먹었다.

두 번째 잡으로 갈 땐 큰 물병을 가지고 가서 오빠는 잡고 물병은 내가 들고 다니니까 좀 효율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 동네 어르신을 만났는데 아침식전에 나가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뭐 먹고살 일이라고 새벽같이 나가나 그건 못할 일이다.

세 번째 잡은 것은 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딸네가 작년에 집 가까이 메뚜기축제가 있어서 갔더니 주최 측에서 세 마리만 잡으라해서 잡아 볏짚에 꿰어 불에 구워 먹었다는데 사위와 큰손자는 맛있다며 먹었다 한다.

겨울방학 때 오면 잊지 말고 꺼내 다시 볶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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