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원과 간송미술관의 흡입력이 대구로 이끌어 숨은 매력을 경험하게 했다!
대구를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었다.
12월 첫 주와 두 번째 주 두 차례 대구 여행 중에도 이곳이 처음이거나 비즈니스로 외 올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는 대구는 노잼 도시로 인식되고 있었다.
각 회차당 10여 명의 인원이 참가해 관심을 보인 데에는 사유원과 간송미술관의 유명세 때문이었고 유명세에 걸맞은 만족감을 주었다.
1차 팀과 함께 한 12월 첫 주 주말의 사유원은 한산했다.
아마도 화려한 자연에 대한 감흥에 늦가을을 최고로 꼽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보다 더한 사유원의 매력은 "한적함"이라는 사실을 이번 여행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많이 걷는 시간이 힘들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유원을 다녀온 이후 이구동성 그래서 좋았다며 한 마디씩 감흥을 내뱉었다.
역시 몸소 느끼는 감흥이 그 어떤 것보다 우의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1일 차는 사유원과 주변 군위의 볼거리를 준비했었지만 사유원 만으로도 충분했기에 한곳에 집중한 시간에 만족했다.
준비는 다음과 같았다.
오전 10:00 이전 동대구역 집결!
서울, 대전, 천안, 청주, 창원, 울산, 안동, 경주, 대구, 삼천포 .. 정말이지 다양하게 전국에서 모였었다.
대부분 기차를 이용하고 예매오픈 전부터 안내해 오가는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기획 초반에는 자차 운전한 참가자의 차량과 부족시 렌트를 해서 이동을 고려했지만 주말 장거리 운전보다 기차를 선호해 버스 대절로 방향을 바꾸었고 적당한 인원이었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참가자분들 중 대구 거주 및 활동 경험이 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숙소와 식사 장소를 정하는데도 큰 도움을 받았고 만족도가 높았다.
[프로그램]
1일 차
10:00 : 동대구역 도착 집결 [자가용 운전자 인근 무료주차장 이용] - 버스(21) 탑승 - 사유원 이동
11:30 : 사유원 도착 점심식사&티타임(몽몽마방-몽몽차방) *메뉴 -더덕비빔밥, 오징어볶음, 녹두전
12:30 - 16:00 : 사유원(사전 예약)
17:30 : 숙소 인근 식당(서영 홍합합/홍합밥 정식, 수육, 막걸리) - 호텔(동성로 노블스테이/트윈)
2일 차
09:00 : 호텔 조식 후 체크아웃
09:30 : 대구미술관(10:00 오픈) 핸즈커피 - 대구미술관 현장 발매
11:00 : 간송미술관(기획전 삼청도도 사전 예매) 해설 - 관람
12:30 : 점심식사 이향(곤드레밥, 약초 백숙)
14:30 : 육신사(해설) - 산책 - 카페 묘운
17:00 : 동대구역 도착 - 해산
주말 이른 아침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일행을 위해 집결지는 동대구역은 일반열차, KTX, SRT는 물론 고속버스까지 모두 정차하는 허브 역할을 했고 주변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어 자가용 이용자고 타고 온 차를 주차하고 오기에 더없이 좋았다.
사색을 위한 공간들
이번 여행의 핵심은 단연 사유원과 간송/대구미술관이었습니다.
[사유원 | 思惟園, Sayouwon Garden]
'깊이 생각하고 머무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사유원.
태창철강 회장이 수집한 희귀한 나무들과 바위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승효상,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
건축 거장들의 건축물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조성되었다.
설립자 유재성 회장은 30년 전 일본으로 밀반출될 위기에 처한 모과나무를 사재를 들여 구해낸 것을 계기로 수목원 조성을 결심했다고 한다.
사유원의 핵심 공간인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 은 '바람과 눈비를 맞으며 어언 천 년을 가라'는 의미로,
오랜 세월 풍상을 이겨낸 108그루의 모과나무 정원으로 불교의 108 번뇌를 상징하기도 하며,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조경된 식물로는 소사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특히 가을에 향기가 뛰어난 금목서, 은목서가 눈에
띄었고 세월이 지나 자리 잡아가는 느낌을 받아 함께 한 분들 모두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풍경이 기대된다며 계절마다 방문해 보자는 말도 나왔었다.
사유원 곳곳에는 멋진 건축가들의 작품이 있었다.
알바로 시자(Álvaro Siza)가 설계한 '자유롭게 거니는 집'이라는 의미의 소요헌 (逍遙軒, Soyoheon), 20.5m 높이의 전망대 소대 (巢臺, Sodae), 성당인 내심낙원 (內心樂園, Naesimnagwon).
소요헌 (逍遙軒, Soyoheon)은 1992년 마드리드가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었을 때,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 (Guernica)' 와 '임신한 여인' 등을 전시할 미술관 프로젝트로 구상되었으나 당시 스페인 정부와의 이견 등으로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유 회장이 직접 알바로 시자를 찾아가 설득하여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이곳 사유원에 생명과 죽음, 순환의 의미를 담아 재탄생시켰다고 한다.
만약 스페인에 지어졌다면 그 거대한 '게르니카'가 걸렸을 공간이기에, 이곳을 걷는 경험은 작품의 부재 속에서도 건축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콘크리트 벽과 하늘을 향해 뻗은 강렬한 철제 구조가 인상적이며, 걷는 행위 자체가 사색이 되도록 설계된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오당과 와사였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오당 (悟塘, Otang) 은 '깨달음을 얻는 연못'이라는 뜻이며, 이 연못의 낙차를 따라 길게 누운 붉은색 코르텐강(Corten steel, 부식 철판) 건축물이 바로 와사 (臥寺, Wasa) 이다.
와사는 '누워있는 절' 또는 명상 수도원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건물 자체가 계곡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모호한 이 공간은 방문한 계절과 시간에 따라 그 느낌이 달리 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방문을 한 층 더 기대하게 만드는 곳으로 느껴졌다!
저녁식사로 홍합밥정식과 수육에 막걸리를 한 잔씩하고 숙소로 돌아와 최근 여행에서 진행 중인 경매행사를 진행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남에겐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경매가 호응이 좋았고 이번에도 여러분이
적극적인 동참에 경매 낙찰 금액만 60만원 상당이 이뤄졌고 한바탕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호텔 조식 후 체크아웃해 미술관 오픈시간 보다 30분 일찍(09:30) 도착해 산책을 계획하다 미술관내에 있는 카페를 발견해 커피타임을 즐겼는데 카페 또한 미술관만큼이나 수준 있었지만 커피맛은 좀 아쉬웠다.
대구미술관 (大邱美術館, Daegu Art Museum) 은 2011년 5월 26일에 개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5개의 전시실과 상징적인 '어미홀' 등을 갖추고 있다.
지역 미술의 역사와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연결하는 수준 높은 기획 전시를 선보이며,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대구미술관은 기대 이상이었다!
간송이 대구미술관 옆에 지어져 옮겨져 온 것이 대구시의 신의 한 수라고 느껴질 정도로 멋진 조합이 느껴졌다.
두 미술관이 인접해 있어 함께 둘러보는 이점은 상당했었다.
대구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접한 후,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간송미술관에서 우리 고미술의 정수를 감상하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미학적 경험을 하루에 완성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찾아 간 그 차체로 의미가 있었다.
간송미술관 (澗松美術館, Kansong Art Museum Daegu) 은 일제강점기 전형필(全鎣弼) 선생이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文化保國)'는 신념으로 사재를 털어 지켜낸 우리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인 보화각(현 서울 간송미술관)에서 출발했다.
서울 본관의 협소한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간송 컬렉션의 연구 및 보존 활동을 체계화하며 지방에서도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대구에 첫 상설 전시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오전 내내 두 곳의 미술관을 둘러보고 대구에서 활동 중이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알게 된 식당에서 곤드레밥과 약초백숙으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육신사 (六臣祠, Yuksinsa Shrine) 는 조선 세조 찬탈 시 단종 복위를 꾀하다 목숨을 잃은 사육신(死六臣)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이곳은 특히 사육신 중 한 분인 박팽년(朴彭年) 선생의 후손들이 대구 달성군 하빈면 묘골마을에 정착하며
그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곳에서 출발해 이후 모든 분들 모시게 되었다.
박팽년(朴彭年), 성삼문(成三問), 이개(李塏), 하위지(河緯地), 유성원(柳誠源), 유응부(兪應孚)
후손들이 대를 이어 이곳을 지켜오고 있으며, 자손 중 한 분이 직접 문화 해설사로 나서 상세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여행에서 브레이크 타임이 필수가 되다 보니 육신사 있는 묘운은 좋은 쉼터가 되었다.
카페 묘운(妙雲) 은 이름 그대로 '묘한 구름' 같
단체로 방문했을 때 내실을 예약하여 우리 일행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날씨도 좋았고
마침 너른 마루가 비워져 있어 한 데 모여 차 마시며 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렇게 1박 2일 대구 경북 여행을 마치고 동대구역으로 돌아와 전국 각지로 돌아갔고 다음 어느 계절에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