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클럽하우스와 FOMO(고립 공포감)

인싸가 되지 못하는 두려움에 대한 단상

by 이방인

최근 클럽하우스(Clubhouse)라는 앱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서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경제계 거물들까지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자신의 클럽하우스 사용기를 인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의 SNS이다. 인스타그램이 사진과 동영상, 트위터가 짧은 텍스트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한다면 클럽하우스는 실시간 음성으로만 소통이 가능하다.


음성 기반의 소통 플랫폼이 클럽하우스가 처음은 아니다. 디스코드나 스푼라디오 같은 플랫폼으로도 음성 기반의 네트워크 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트렌드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의 FOMO(Fear Of Missing out)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어서다.


FOMO란 고립 공포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다.

일종의 '나만 빼고 다들..'이라는 기회의 상실에 대한 박탈감이 불안과 공포까지 느끼도록 하는 것인데..

최근의 주식 열풍에도 이 FOMO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 바 있다.


'나만 빼고 다 삼성전자 샀는데..' '나만 빼고 다 테슬라 샀는데..' (난 뭐했지..)


클럽하우스는 앱을 설치하더라도 기존 클럽하우스 유저의 초대가 있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존 회원이라도 다른 유저에게 보낼 수 있는 초대권을 두 장으로 제한하면서 이용 자체에 허들을 두었다. 한마디로 '인싸'들끼리만 모이는 장소인 셈이다.

(IOS에서만 이용이 가능하여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도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용 앱은 현재 개발 중이라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명 연예인, 경제인, 인플루언서들의 사용 인증이 화제가 되고 지인들이 하나 둘 SNS를 통해 클럽하우스 유저가 되었음을 인증하면서 대중은 이 기류에 탑승하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진 사회의 '아싸'가 되어 소외될 것이라는 불안,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공포감을 반영하여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초대권을 사고파는 일까지 발생하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초대해 달라는 요청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호기심에 클럽하우스를 사용해 보았지만, 기존 SNS와는 다른 몇 가지 이유로 나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첫 째, SNS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소통의 방향이 일방적이다.

클럽하우스의 방 주제를 현재는 크게 유명인사가 만든 방, 각 직군별 소통의 방, 성대모사 방과 같은 흥미 위주의 방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흥미 위주의 방은 논외로 하고, 유명인사가 만든 방이나 직군별 소통의 방 같은 경우는 방장(모더레이터)에게 스피커 권한을 받은 사람만 이야기할 수 있고, 나머지 유저들은 오직 듣고 있기만 해야 한다. 실시간 채팅과 같은 다른 의사소통 수단은 전혀 없기 때문에 내가 그 방의 '인싸'가 아니라면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라디오 청취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인싸'만 받아주는 서비스 안에서 다시 '인싸'와 '아싸'가 구분되어 누구는 말하고, 누구는 듣고만 있는 형국이다. 이쯤 되면 유명인사가 만든 방은 사실상 라디오다.


둘째, 꼭 이렇게까지 소통해야 하나.. 소통에 자격이 필요해진, 소통을 권력화한 SNS

같은 맥락으로, 이렇게 허들을 넘어가면서까지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며 떡상하던 시기, 마치 인스타그램을 안 하면 트렌드에 뒤쳐지고 좋은 맛집도 카페도 이용 못할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 인스타를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인스타 계정을 지워버린 후에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 경험이 있다. (인스타그램도 FOMO를 자극하는 대표적 SNS이다.) 물론 최근 팬데믹으로 사람 간 직접 소통이 훨씬 어려워진 시대에 사람들이 소통의 도구로 SNS에 더 의지하게 된 것도 클럽하우스 열풍에 큰 이유일 것이다.


셋째, 떡상하는 지금이야 '인싸'만 걸러 받는다지만, SNS의 말로는 결국 '상업화'다

최근 인스타의 '새 게시물' 자리에 '릴스'가 추가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크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든 SNS의 목적지는 결국 상업화다. 지금 클럽하우스가 “인싸만 들어와!”라며 비싼 척을 하고 있지만 결국 유저 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수익을 내려면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유지하긴 힘들 거라고 본다. 현재 몇 번의 '인싸'필터를 통해 걸러진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우수하다고 해도, 그것이 언제까지 갈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소통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소통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가상 세계의 꾸며진 나’가 ‘현실의 나’를 압도하는 세상, 가상세계의 나(지인)와 현실의 나(지인)와의 괴리 때문에 현실에 더 눈을 감게 만드는 세상이 두렵기까지 하다. 팬데믹이 끝나도 이 거대한 흐름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나는 비루하더라도 현실의 나에게 더 집중하는 삶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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