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속애피 나무 이야기

by 김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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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애피 나무 이야기

우리들 할머니 어머니들은 가슴속에 나무를 하나씩 두고 계셨다
속애피 나무가 그것이다
무한 희생의 삶이 사회에 갇히고 그 속에서 감내를 벗어난 마음에 담은 일상의 짐을 어디에서도 풀어낼 수가 없었으니 애가 끓어 삭혀져 가는 동안 속이 녹아나는 고통을 가지셨다
그래서 속병 즉 속애피를 가지고 살으셨다

그 속애피는 풀어내는 것이 치료제였고 그 대상은 속상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하소연을 들어주는 당산나무였다

화난 일 억울한 일 속상한 일은 모두 당산나무에 와서 쏟아냈고 돌아갈 때는 속이 시원해졌다
그래서 당산나무는 할머니 어머니들의 우울증 예방과 치료제였다

"할머니 마을 당산제때 여자들은 왜 참석을 안 하는 거예요?"

"저 당산나무 속을 들여다 보면 여자들 속애피 박물관일 것이여 정월달 당산제에 여자들이 왜 안가냐먼 조상대대로 여자들 속애피가 저속에 들어 있응개로 그래 그것들을 남자들이 달래주는 것이 당산제인 것이여 우리 마을 조상부터 지금까정 저속에 쌓인 여자들 속애피 귀신들을 달래 주는 것이 당산제여 긍개로 여자들은 가서는 안 되는 것이여 자 당산나무 속에 든 속애피들이 주인한테 돌려준다고 난리를 내면 마을에 재앙이 나거덩 긍개로 남자덜만 가서 잘 모시고 달랭것이여 여자덜은 남자들이 당산제를 잘 치른 것을 보고 마음이 풀어진 것이여 아 긍개로 당산제 제물을 사러 갈 때부터 여자들은 전부 빠져불잔혀"

중략

삶은 맺힌 것을 풀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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