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농촌과 농사는 존재로 치유제다

by 김용근

농촌과 농사는 존재로 치유제다

"선생님! 농업이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아픈 사람을 치료하여 낫게 할까요? 제가 치유농장을 해볼려고 해서요"

치유농업이라는 말을 듣고 참 세세하게 나누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치유治癒란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이라고 사전에 보인다 그러니 농업이 치료하여 낫게 하는 것이 치유농업이라는 말일까?

나는 지리산 일대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구전을 오랜 세월 동안 조사해 왔다

약초꾼, 소리꾼, 농사꾼 등등 모두는 꾼의 세계에 들어 사시고 계셨다
생계수단인 농사가 자신들의 세상인 꾼의 세계와 이어져 있었다

농사는 몸과 마음을 자연과 이어내는 소통 매개체다
하늘도 땅도 사람과 오가는 기운을 농사로 이어낸다
가뭄과 폭우와 냉해와 태풍과 병해충 같은 것도 모두 농사의 공동체다
그래서 잠시 원망했다가 체념하고 다시 땅에 씨를 뿌리는 것이 농사다
그 과정이 치유일 것이지만 조상들은 그런 유식한 말 대신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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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하다 점심때 늦게 집에 들어와서는 뒷간에 든 돼지에게 꾸정물을 먼저 갖다 주면서 배고팠을 돼지를 걱정해주고, 태풍에 가지가 부러진 다무락 사이에 끼여 사는 감나무 밑에 명태 한 마리 탁주 한잔 숯 한 덩이 올리고 두 손 모아 고사 지내면서 자신들의 보살핌 부족을 사죄해 내고, 이른 봄 소 쟁기로 밭을 갈면서 땅속에 있던 개미 땅강아지 같은 미물들의 살생을 위로하며 밭가에 고시래를 하는 나날의 농사 농업이 사람의 마음과 몸에 병이 들지 않게 하는 예방약이었다

농업과 농사는 연고나 해열제나 반창고나 혈압약 같은 아픈 곳 치료제가 아니라 존재로 종합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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