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소금길 염두고도 탐방기

지리산 소금길로 맺어진 홍어 사돈 이야기

by 김용근

지리산 소금길로 맺어진 홍어 사돈 이야기

지리산 큰 고개 벽소령이 사람의 넘나듦을 허락한 것은 1500년 전 가야 시절이다
벽소령에 든 이야기 중 콩과 소금보다 더 오래된 실체는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지금의 남원 운봉고원에 살던 사람들과 하동 사람들의 교류는 그 때로부터이고 그 산품은 콩과 소금이었다

사람살이 교류의 인연 중 큰 결실은 사돈이다
아들과 딸의 혼사로 맺어진 사돈관계는 그 인연의 끈이 흐물 해 지지 않도록 평생 동안의 과업이었다
그래서 사돈은 가장 어려운 손님이 되었다

사돈 선물은 서로의 인연을 변함없이 이어주게 하는 마음의 표석이 되었다

지리산 소금길 염두고도에는 홍어 사돈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남원 아영 땅 가야 기문국 콩자꾼과 하동 화개 염자꾼은 벽소령을 넘나들며 맺은 인연으로 사돈이 되었다

가을이면 아막 골 콩자꾼 집에서는 봉화산에서 캔 산삼과 더덕을 사돈네 집으로 보냈다
화개 염자꾼 집에서는 홍어와 참게를 사돈 선물로 보냈다

화개의 염자사돈네 집에서 온 홍어와 참게는 임금상에도 쉽게 오르지 못한 귀한 선물이었다

아막 골 콩자 사돈은 홍어를 받자마자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
이튿날 부엌에 가보니 홍어를 넣어 두었던 토기는 넘어져 깨져 있고 홍어는 보이지 않았다
개가 물고 어디론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홍어를 도저히 찾을 수 없이 열흘이 지났다
마당 뒤뜰 두엄자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개가 물고 가서 홍어 살을 뜯어먹고 남은 것을 두엄자리에 버린 것이다

외양간에서 나온 볏짚과 소똥이 버무려진 두엄에 묻힌 홍어가 발효가 된 것이다
콩자 사돈은 냄새가 난 홍어를 모아 마을 어귀에다가 버렸다

술병을 손에 쥐고 술에 취해 걸어오던 취객이 이상한 냄새가 난 홍어를 안주로 주어 먹고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그 취객은 삵혀진 홍어 맛을 생각해 보았다
막걸리 안주에 그만한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취객은 아막 골 주막 바깥주인이었다
다음날 벽소령을 넘어 하동으로 가서 그 귀한 홍어를 가져와 토기 항아리에 볏짚을 넣고 삵혀서 술안주를 만들어 냈다

경상 전라 두얼품 주막의 홍어 안주는 사돈끼리만 나누는 술자리에 나온 귀한 안주가 되었다

지리산 소금길에 놓인 막걸리 홍어 안주는 사돈 인연에 든 염두고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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