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할머니의 몸과 마음이 모두 정상 체온이던 날

by 김용근

문화대간 기행

할머니가 면사무소에 오셨다
누구나처럼 민원인중 한분이시다
출입문에 들어서서 남들처럼 체온측정기에 얼굴을 대시자 기계가 말을 했다

"체온 측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할머니가 허리를 펴고 사무실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동안 자동 체온 측정기는 자신의 임무 완수 결과를 토해냈다

"정상체온입니다"

할머니는 체온기가 못마땅하신 모양이다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닌디 거짓말 허고 자빠졌네 내가 화가 나서 열이 폭폭 올라서 여글 왔는디 뭣이 정상이라고 지랄이여"

할머니는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만한 사람을 찾다가 내 책상 앞으로 오셨다
내가 제일 나이 많이 보였을 것이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씨씩거리며 지팡이로 사무실 바닥을 쿵쿵 치면서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하셨다

할아버지는 올해 86세신데 치매를 앓고 계신다
얼마 전 집 아래채 헛간이 무너져 600만 원을 주고 조립식 창고를 지으셨다
농촌 살림이라는 것이 수많은 농사 연장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니 온갖 잡동살이들을 넣어둘 창고를 새로 지으신 것이다

문제는 창고가 다 지어진 후에 공사대금을 건축업자에게 주어야 할 때 생겨났다
모든 돈을 할아버지가 통장에 넣어 놓고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치매를 가진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창고 공사대금 청구에 도둑이 자신의 돈을 뺏아가려고 한다며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며 통장과 도장을 내놓으시지 않으셨다

삼일 동안이나 그 일에 매달리다 지쳐버린 할머니는 평생 동안 일만 하고 지식들 키워낸 종살이 인생이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쏟아 내셨다

"그놈의 돈이 지랄이랑 개 테레비에서도 땅 투기다 뭐다, 큰 회사 사장들도 상속이다 뭐다험시로 시끄러워 싼 것이 모다 그놈의 돈 땜시로 그런 것 아니여 총무계장 양반 안그려"

박카스를 까서 할머니에게 드리는 찰라 할머니 목줄에 매달린 폴더폰이 울렸다
폴더폰 화면에 신랑이라는 돋보기 글씨가 보였다

"알았어 금방 간다고 지랄도 내가 한시만 없으면 저렇게 찾았쌈서 왜 나한테 돈을 안 준 것이여 염불 나게 말이여"

다음날 3시쯤 할머니가 다시 오셨다

"총무계장 양반 내가 영감한테 통장 허고 도장을 받아서 창고업자한테 공사비를 주었구먼 그 이야기해줄라고 왔어 영감이 나 찾응개 갈랑마 이~"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치매영감이 아니라 지금도 신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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