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농촌사람들의 심신 치유소 오일장터
문화대간 기행
농업농촌 존재로 치유제다(8)
농촌사람들의 심신 치유소 오일장터
농촌은 오일마다 지친 심신을 치유해 내는 도구가 있었다 장날이 그것이다
“아이고 기가 막혀 죽겠네. 어제까지도 멀쩡허던 감자 고랑이 성헌 것이 없네 웬수놈의 멧돼야지가 올 감자 농사를 싹다 배레나 부렀당개”
할머니는 속상한 마음을 붙들고 외약골 밭에 심어놓은 도라지를 캐러 갔다 서울 사는 아들이 좋아하던 도라지 초무침을 해서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런 난리가 나부렀네 썩을 놈의 멧돼야지들이 감자밭이나 쳐 헤집고 말제 여그까정 와서 도라지도 하나도 못씨게 맹그러나부렀네 내가 속상해서 죽것당개”
농촌살이는 기막힌 일들과 전쟁이다 가뭄, 태풍 같은 자연재난이 하루아침에 농사를 망쳐내고 똥값이 되어 버린 농산물 값 폭락에다가 병해충과 야생동물들의 기습 같은 것들로 말이다
화가 이어지면 기가 막히고 그것이 굳어지면 죽는다고 했으니 막힌 기를 뚫지 않으면 화병으로 죽을 지경에도 농촌 사람들은 기막혀 죽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장육부에 막힌 기를 토해내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내는 날이 오일마다 돌아왔고 그 장소 오일 장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이 장에 가니 나도 망건 쓰고 따라간다는 속살은 장에 볼일이 없어도 장에 가서 농사일에 힘쓸 새 기운을 충전해오기 위해 간다는 말이니 그 실체는 이렇다
농촌 장터마당은, 사람들이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받던 곳이었다.
서로 만나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고 맞장구치는 동안 마음에 온기가 들여졌고 장터를 한 바퀴 돌아서면 기운이 몸에 들었다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들여주는 장터는 오행의 이치가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고을에서 장에 나온 사람들이 자기 터전에서 받은 쓰고 남은 기운을 장터에 쏟아내고 부족한 기운은 받아갔다
그것은 장날 모여든 사람들이 구성해 놓은 자리배치와 그 자리에 놓인 물건과 사람에게서 나온 기운이었다
오일마다 열리는 장터는 안 보면 그리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팔거나 사야 할 물건이 없어도 나타나 주어야 하고 보여 주어야 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살이 터전인 것이다
그래서 "먼 곳에 사는 자식보다 장에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 의지가 더 크다"는 말이 생겨났다
"가슴앓이는 장에다 팔고 오고, 신명은 장에서 얻어온다"는 말이 장터의 기능이었다 그러니 "남이 갓 쓰고 장에 가니 나도 망건 쓰고 따라간다"는 말은 자신의 형편을 장에 들이고 기운을 주고받는다는 말이다
오일장은 닷세마다 마음을 풀어놓는 곳이었다
장터 한쪽 귀퉁이에는 노인들이 가져온 약초를 파는 약전거리가 자리했다
시장 통 중앙에는 막걸릿집이 차지하고, 시장 통 주변 마을 사람들은 시장 통의 우측에 자리를 했으며, 대장간은 시장 통의 북쪽에 자리를 했다,
이처럼 오일 장터에 들인 풍수는 장터에 오일마다 기운이 모이게 했고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냈다
"장에 갔다 와야 마음이 편하다"는 할머니는 버스 요금도 안 나오는 호박 몇 개, 깻잎 두 다발, 옥수수 몇 개 보자기에 싸서 장에 나선다
"저 보자기에 든 것들이 나를 장으로 끌고 가서 건강하고 병 없이 살게 해 준 효자여"
장에 가면 닷세동안 가슴에 들여놓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막걸릿집에서 순대국밥집에서 옆자리에서 말이다
오일 장터에는 자연에서 모아진 기운이 돌고 돈다 그 장터에 몸이 들기만 해도 오일 동안 쌓였던 화난 기운은 사라졌고 새 기운이 들어 닷세를 거뜬히 버텨내게 했다
장에서 얻어온 신명으로 힘든 닷세 농사를 짓는다는 농촌사람들에게 오일장터는 심신 치유소였다
장날 안 보이면 안부가 걱정이라고 했던 농업농촌 건강 치유소 장터는 이제 물건 거래소일 뿐이다
고을 자랑은 좌청룡 우백호 천부지지로 하고 고을 디자인은 포트레인 토목으로 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