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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근 Jul 23. 2021

문화대간 기행

소나기와 우산 맞이

소나기와 우산 맞이

나는 소나기는 그냥 맞는 것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갈 때쯤 소나기가 내리면 부모들이 우산을 가져와 자식들을 데려갔다

그런데 우리 부모는 농사일에 몸을 맡겨내느라 우산을 가져와 나를 데려갈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소나기가 오는 날이면 나는 비에 젖게 될 책보를 교실 책상에 두고 집에 가야 했고 그날 숙제는 공치는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면 부모님은 아직도 논밭에 계셨고 나는 우산을 들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소나기를 다 맞고 일하고 계실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나는 소나기와 천둥번개가 무섭지 않았다

잠시면 지나가고 또 소나기가 가뭄 농사를 살려낸다는 것과 부모님처럼 소나기를 맞는 것이 단련되었기 때문이었다


소나기 때문에 나의 달리기 실력은 해마다 빨라지기도 해서 운동회 때마다 달리기 삼 등 안에는 꼭 들어 노트를 상품으로 받았으니 어머니께서 풋호박을 광주리에 이고 장에 가서 팔아 내 학용품 사주셔야 하는 수고를 몇 번 덜어드리기도 했으니 소나기는 나에게 효도상품이기도 했다


소나기는 하늘이 나에게 주는 내 몸과 마음의 치유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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