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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근 Aug 31. 2021

십리 안 노루가 뿔과 바꾼다는 야생 표고버섯 향

지리산 이야기

문화대간 기행

십리의 기운으로 우울한 며느리 기분을  좋게 해낸다는 야생 표고버섯 향 이야기


25년 전 오늘 지리산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조사하러 다니다가 화전민의 후손 할아버지 내외를 만났다


깊은 산속으로 40여분을 걸어 도착했을 무렵 코를 파고드는 향기에 홀려 따라간 곳은 골방문 앞이었다

산죽대기로 얼기설기 엮은 문짝에 색 바랜 누런 신문지로 바른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야생 표고버섯 향이었다


할머니 내외와 죽때기 와상에 앉아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젊은 양반! 이것 좀 잡사봐. 내가 봄에 저 밭 가상에다가 물외 몇 포기 심어 놓은걸 깜박허고 잊어 부렀는디 어저께 고추 따다가 쳐다 봉개로 풀 속에 이것들이 쳐백혀 있드랑개. 자 이 노각무침좀 묵어봐 요새처럼 땀 삘삘나고 입맛 없을 때 이것 묵으먼 밥맛이 돌아  와뿐당개로"


다섯 개나 되는 반찬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나는 골방에서 나오는 향기에 대해 여줬다


"아~ 그것은 요새 맹글어야 약이 되는 표고버섯이여. 장마 때 산에 넘어진 나무를 찾아 댕기먼서 몽둥이로 나무를 두들겨 패놓먼 거그서 표고가 나온디 그것을 따다가 저 골방에 널어 놓고 문을 봉해 놔여해. 그러고 나서 아궁이 불로 방을 달구먼 표고가 마르면서 향이 난당개. 옛날 어른들은 며느리가 우울증이 나타나면 표고 말리고 있는 골방에 가서 표고버섯을 뒤집고 오라고 했대. 그 향기가 정신을 깨깟하게 해 준다고 해쌋어. 어쩌서 우울증에 좋은가 허먼 십리 안에 기운이 저 야생 표고에 들고 그 기운은 굼불 골방에 말릴 때 풀어져 향기로 나온개로 그걸 맡으면 좋아진다고 어른들이 그래쌋어. 그래서 골방 표고는 여자들만 뒤집어야 헌다는 것이 고말이랑개"


십리 안에 사는 노루가 달려와 골방 표고버섯 향을 맡고 자기 머리에 달린 뿔을 놓고 간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천년의 지리산 생활 유전자다


중략


구전 찾아 삼만리 기행은 나잇값 하는 토종 할아버지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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