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나의 로망 소와 노부부 이야기

by 김용근

"날이 따땃헝개 일허로 가자이"

할아버지가 지게에 쟁기를 얹으며 외양간을 향해 혼잣말을 뱉었다

13년째 한 집살이를 해온 터라 할아버지 눈빛만 보아도 그날 할 일을 알아차렸던 암소 이름은 꾸멍이다

꾸멍이는 할아버지가 지은 이름이다
일은 바쁜데 뒤에서 작대기를 치고 아무리 재촉해도 꾸물댄대서 지어준 이름이다

꾸멍이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다 안다
해마다 오늘 이맘때쯤이면 더턱골 감자 놓을 밭을 갈러 가시고 산수유꽃이 질 무렵이면 엉굴댁네 고추밭도 갈아 주어야 한다는 것 등 일 년 농사살이를 꿰뚫고 있다
오늘은 틀림없이 할머니와 감자밭에서 웬종일 투탁 거리실 것이다

"할망구 저기 쇠스랑 좀 갖고 오소"

"그건 뭘 할라고요"

"아 글씨 갖고 오라먼 갖고 와 쟁기 바닥에 박힌 나무뿌랑구를 캐내야 오늘 쟁기질을 끝낼 거 아니어 이 할망구야"

"아 긍개로 거그를 돌려서 밭을 갈먼되지 소 간대로 따라가먼 쓰것소 웬 영감이 인자 노망끼가 들언능가 해마다 허던 일도 잊어불고 헌말 또허고 또허고 그랬쌌네에 이~"

할머니 투정에 꾸멍이만 난처해졌다

할아버지 왈

"웬 할망구가 먼 놈의 잔소리가 그리 많은지 꾸멍아 니 잘못이 아닝개 괜찮혀 할망구가 그러등가 말등가 오늘 이 밭다랑지 얼릉 끝내고 막걸리 한 사발 허로 가자"

"할아버지 저 밭두렁에 할머니가 막걸리 갖다가 놓았는디요"

"꾸멍아 니도 할망구가 좋제"

"음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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