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비무장 완충지대 농촌문화
마을 보감에 든 만병통치 약손 할머니 이야기
농촌 마을은 씨족의 공동체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생겨난 질병도 비슷한 유전적 아픔이 많았다
씨족마을 사람들은 집안마다, 내림 병을 한, 두 개씩 달고 살아야 했다.
어떤 집안은 무릎이 약하거나, 또 어떤 집안은 대대로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위장병을 가졌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대대손손 자기 집안의 내림 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많은 약초의 사용과 섭생(攝生)을 통하여 자기 집안만의 유전적 상습 질병에 대한 처방 약을 가지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랑방에 모여서 집집마다에서 사용해 오던 오래된 경험 처방을 모아 기록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은 마을 사람들의 의약서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마을 보감이라고 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한 나라의 동의보감보다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을 낳게 해준다고 했다
마을 보감 덕분에 산중생활에서 의원의 도움 없이도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갑자기 배가 아프면 약보다는, 약손 할머니가 낫게 해 주었다.
마을마다 있었던 약손 할머니는, 어머니들이 출산한 아이를 받은 산파가 대부분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세상에 나온 아이는, 자신의 몸과 처음으로 접촉된 산파 할머니의 손 기운을 평생 동안 기억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배가 아프면 아이의 부모는 산파 할머니를 불렀고, 산파 할머니는 자신이 받은 아이의 배를 문지르면, 아프던 배가 감쪽같이 나았다.
그래서 “할머니 손은 약손, 내배는 똥배”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런데 어떻게 할머니들이 배를 쓸어주면 방을 뒹굴며 아프던 배가 감쪽같이 좋아졌을까?
지리산의 구전 자원을 조사하던 중, 지리산 사람들에게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던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생활문화를 발견하면서, 그 의문은 풀리게 되었다.
오행 사상에 간, 담은 목(木)이요, 심, 소장은 화(火)이며 비위는 토(土)이고 폐, 대장은 금(金)이며 신, 방광은 수(水라)고 했다.
오행에 따르면 먹은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토에 해당되는 위장이고, 위장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은 목에 해당되는 간, 담이라는 것이 목극토(木克土)라는 상극 현상이다.
즉 간, 담의 기운이 넘치면 비, 위장의 기운이 약해지고, 이때 음식을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게 되면, 체하게 되어 배가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간, 담의 기운을 내려야 하는데 간, 담의 기운은 폐, 대장이 다스리는 것이기에 폐, 대장의 기운을 높여서 간, 담의 기운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오행의 금극목(金克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대장이 위치한 아랫배를 할머니가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이때 산파 할머니는 아이의 아픈 배를 쓸어주면서 혼잣말 타령을 했다.
어와 둥둥 우리 손자∼ 아픈 배는 저 앞 냇물에 띄워 보내고, ∼어와 둥둥 우리 손자 ∼ 철갑 배는 조상님이 내어주네. 네 배는 똥배 내손은 약손 ∼ 누구 약손을 당할쏘냐. 하면서 부르는 할머니의 혼잣말 타령은 폐, 대장이 좋아하는 중모리 장단이 되었다.
이 장단은 폐, 대장의 기운을 돋아 주었다.
그러면 폐, 대장은 간, 담의 기운을 내리고, 간, 담은 비, 위장을 다스려 아이는 스르르 잠을 자고 아픈 배가 낳았던 것이다.
태어날 때 손을 탔던 산파 할머니의 기억된 손기운은 그 할머니를 생각만 해도 평생 동안의 심리적 안정 치료제가 되었다
마을은 침범되지 않은 오래된 자급형 왕국이다
귀농귀촌은 그 왕국의 백성이 되기 위한 국적 취득 절차다
외로운 이국땅 새로운 나라의 규범과 관습은 내 삶터의 울타리이다
조상으로부터 선하게 상속받은 마을 규범에 드는 것이 서울 놈보다 서울댁을 얻고 사는 더 큰 참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