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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탄생신화 ㅡ 입향조(入鄕祖)
마을의 탄생신화 ㅡ 입향조(入鄕祖)
풍수지리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리 낯설지 않은 말이 있다.
작은 산등선을 뒤로 가진 마을을 지나게 될라치면, 누구라도 머뭇거리지 않고 내뱉게 되는 말인데 바로 배산임수(背山臨水)다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에 면하여 있음이라는 말이다.
농촌의 마을들은, 산을 등에 업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이 많다.
그렇게 좋은 터를 가진 마을들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마을의 정착사에 있다.
어떤 마을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의 조상을 뜻하는 입향조(入鄕祖)라는 것이 그것이고, 그것은 마을의 유래가 되었다.
지리산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전후에 생겨난 마을들이 많다.
당시에는 생명 부지를 위해 피난을 밥 먹듯 했다. 그러한 와중에 풍수가 들을 불러 마을의 터를 정할만한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전쟁 통에 피난민들은 피죽을 끓여먹을, 몇 개 안 되는 부엌 도구가 등짐의 전부였다. 그리고 가족을 데리고 다니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주저앉아 몇 가지 관찰을 통과하면, 그곳에 등짐을 풀고 움막을 지었다. 그러면 그곳은 집터가 되었고, 훗날 마을이 되었다.
지리산으로 피난을 온 사람이 집터를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먹을 물이었다.
마을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을 우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었다.
큰 우물이 하나 있으면 대략 삼십 호 정도가 살만하고, 두 개면 육십 호 정도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은, 조상들에게서 내림받은 지식이었다.
그러나 땅속 어디에 물이 있어 우물이 될 수 있을까? 를 아는 것은 지혜가 필요했다.
주변을 살펴서 지렁이가 보이고, 풀이나 나뭇잎의 색이 유난히 짙은 곳 아래에, 피난 때 가져온 작은 항아리를 뒤집어 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아 물방울이 많이 맺혀 있으면, 그곳이 우물터가 되었다.
그러기를 여기저기 해보아 우물이 두 개도 생기고, 세 개도 생겨났다.
우물을 마련한 다음에는, 이 터에서 살아갈 사람이라는 것을 땅과 하늘에게 알리는 당산을 세웠다.
근처에 오래되고, 큰 나무는 그곳 터의 주인이자, 하늘과 땅에 사람들의 뜻을 전하는 매개체였다. 사람들은 그곳에 돌을 쌓아 올려, 마을이 잘 조성되고 사람들의 안녕을 바라는 신고식을 하면 당산이 되었다.
당산나무는 오랫동안 그 터에 적응하면서 축적한 자연의 징후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신성함을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농사 때의 기준을 삼았고, 자연 재난을 방비했다.
당산 고사가 끝나면, 비가 올 때까지 노숙을 하며 기다렸다. 그랬다가 비가 멈춘 오후 저기압이 생길 때,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가 근처 서너 군데에, 불을 지펴 연기를 피웠다. 그러면 연기는 마을 뒷산 골짜기를 따라서 구불구불 산으로 올라갔다. 그 연기가 흐르는 모양은 훗날 마을의 골목이 되었다.
산중의 바람은 기(氣가) 너무 세다. 그래서 사람이 바람을 직접 맞으면 풍병(風病)이 생겼다.
사람들은 산중 바람이, 구불구불한 골목 담장의 통로를 지나면서 순해지도록 하기 위해서 마을에 바람 통로를 만들었고, 그것은 골목이 되었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마을의 골목을 지나는 순풍을 집안으로 들이는 지혜를 통해서 마을을 만들어 나갔다.
당산과 골목의 형태가 정해지면, 먼 곳에 사는 집안의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그래서 지리산의 마을들은 대부분 씨족 집단의 마을이 되었던 것이다.
마을의 사람들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는 생활방식을 갖고 살게 되었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 집터를 잘 보는 사람, 질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 산짐승을 잘 잡는 사람, 글을 잘 가르치는 사람 등, 그야말로 외부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급자족형의 마을이 되었다.
마을이 번성하여 커지면, 집집마다에서 나오는 생활 오폐수가 마을 아래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이게 되었다. 그러면 그곳에다가 미나리 논을 만들고, 버드나무를 심어 생활 오폐수를 자연정화시켰다. 그러한 마을이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지리산의 마을이다.
“할머니! 이 마을에서 가장 좋은 택호는 무엇이에요?
“할머니들이 가진 택호가 전부 다 좋지만, 나는 저 웃골 목 끝집에 살던 개빼댁이 좋아!”
“왜요?”
“개 뼈따구를 모은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는디, 옻이 오르면 개 뼈를 문질러야 낳아지거든 그러니 그 할머니가 좋은 일을 하는 사람 아니어”
그렇게 모두 모인 이야기는 탄생 신화로 마을의 유래가 되었다.
마을은 마음으로 열람되는 기록 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