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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Feb 19. 2018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진짜 중요한 질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효리 씨가 지나가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이경규 씨가 그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 직후였다. 효리 언니의 이 말이 너무 공감되고 통쾌했다. 




미혼 남녀가 스펙을 드러내기 전에 '라이프스타일' 먼저 알아볼 수 있는 멤버십 클럽 - 더커피클럽에서는 동일한 남녀가 세 번 만날 때까지는 ‘직업, 나이, 학력, 소득’ 등의 소위 스펙을 물어보거나 밝힐 수 없다. 그게 멤버십 규칙이다. 


처음 보는 남녀가 위의 사항들을 물을 수 없으면 사실 할 말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스펙을 묻거나 밝히지 않아도 이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철학, 가치관>들을 파악할 수 있는 소개팅 대화 주제들을 매주 발행해왔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이다.  


[소비 성향] 비싸더라도 한 개를 좋은 것으로 vs 저렴한 것을 다양하게  

[여행 스타일] 가급적 많은 곳 돌아보기 vs 한 곳을 깊게 체험하기  

[자녀 교육] 미래의 내 아이에게 전달할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놀이 스타일]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는  

[공간 취향] 좁아도 핫플레이스 vs 도심에서 떨어지더라도 여유있게  


매주 4~5개의 질문을 발행했고 발행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으니 이제는 소개팅 대화 주제들이 2~300가지가 되었다. 재밌고 가벼운 주제도 있고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들도 있다. 이 중 서로의 핵심 가치관을 파악하는데 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대화 주제가 있다. 바로 이 질문이다.


미래의 내 아이에게 전달할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 질문을 답하는 데 자녀를 실제 낳을 건지 안 낳을 건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낳는다면 자녀 교육을 할 때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싶은지를 묻고 있는 거다. 표면상으로는 자녀에 대한 질문으로 보이지만 이 질문은 단순히 자녀 교육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거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떠올리며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자신이 살면서 느낀 점을 자녀의 삶에 투영시키려고 한다. 위 질문의 본질적인 의미는 '본인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이다. 


“의사·변호사가 최고” 서울 부모 10명 중 6명, 자녀 직업으로 ‘전문직’ 기대


오늘 이런 기사를 접했다. 평소에도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이렇게 키울거야'라고 이야기를 참 많이 하고 다녔다. 이 기사를 보며 내 자녀는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효리 언니가 예능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너무 공감됐고 통쾌했다

자녀에게 내가 전하고픈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대학 간 다음에 / 취업한 다음에 / 돈을 번 다음에 / 결혼 한 다음에 / 집을 산 다음에...'처럼 어떤 과업을 완수한 다음에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생이란 지금 이 순간 밖에 없고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인생 전체가 된다. 매 순간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다면 결국 인생 전체를 잘 살 수 있게 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 증명하기 위한 삶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 자체가 좋아서 한다면 모를까 다른 사람에게 있어 보이기 위해서 혹은 적성과 상관없이 단지 안정적이기 때문에 직업을 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맹목적으로 스펙을 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구조로 삶을 살아왔다.  


초 - 중 - 고 - 대 - 직장 - 결혼 - 자녀... 

그리고 그 자녀를 다시 초-중-고-대-직장에 보내고 결혼을 시킨다.  


학창 시절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렇게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었더라도 학교, 가정,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이랬다. 


-일단 좋은 대학엘 가. 그러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대학에 들어갔더니 어떠한가. 이제 취업만 잘 하면 돼.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취업을 하면 그다음은...돈 모아서 결혼해야지.

-결혼을 하면 자녀를 낳고... 그 자녀를 다시 스펙 경쟁에 뛰어들게 한다.

-집 장만/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노후자금을 마련하며 은퇴 후를 대비한다...  


이 과정 속에서 '지금'은 없다. 늘 다음 스텝을 위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삶을 산다. 계속 참고, 아끼고, 희생하고, 증명한다. 물론 그걸 쌓아가는 여정이 그 순간순간이 보람되고 만족스럽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것은 힘든 일이나 공부를 무조건 하지 말고 방탕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다. 타인의 평가를 벗어나 자신이 진심을 담아 매진할 수 있는 업業을 찾고 평생 즐겁게 해나가자는 의미이다. 때로 힘든 과정이 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납득이 가는 일을 했을 때 더 수월하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게 아니라 부모의 꿈을 이루는 거라면 단지 부모에게 그럴듯한 자식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거라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아래와 같은 원칙이 있다. 


-법을 어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 것 (금전적인 부분 포함).  

-위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자율성이 있는 대신 책임도 본인이 질 것.  


성인이 되기 전에는 본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얼 할 때 행복한지를 알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 만약 어떤 도전을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언제든지 보듬어주고 무한한 잠재력을 믿어 줄 베이스캠프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기업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무수히 많으며 돈을 버는 방식도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오히려 다른 이들이 좋다고 하는 길이 ‘무한 경쟁’을 초래할 뿐이라고.   


매 순간 혼과 열정을 다해 살면 미래는 저절로 대비가 된다. 매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든다 치자. 그 물건이나 서비스가 형편없을 수 있을까? 그 상품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성공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다해 그 과정을 즐겨나가면 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지금 억지로 주어진 현실을 참아가며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진정으로 잘 살았을 때 자연스럽게 행복한 미래도 따라온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평생 '자신이 즐겁게 혼을 바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유망 직업을 좇는 게 아니라 각각의 '꼴'을 살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해나간다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자녀를 잘 키우고자 하는 원칙은 배우자를 찾는 기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학교를 나왔던지 안 나왔던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돈을 얼마나 가졌는지, 외모가 어떠한지는 상관없으나 자신의 삶(생계)을 책임질 수 있고 자기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은 아우라가 다르다. (이런 사람이 더 찾기 어렵다. 주위를 둘러보라. 스펙이 좋은 사람은 많지만 자기 일이 정말 좋아서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까지의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가치관이 보이는가? 나 역시 내 삶에서 아쉬웠던 지점들을 아이에게 투영한 것일 테다. 얼마든지 나와 다른 의견과 가치관들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존중한다. 


자녀에게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싶은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물어보고 또 커피미팅 파트너에게도 잘 활용해보셨으면 좋겠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녀가 없기에 부모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모로서 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학교에 진학하면 이 신념을 혼자서만 지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도 믿어도 우리 아이 혼자 한글이나 구구단을 하지 못하면 집단 속에서 적응이 힘들고 바보가 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다양성과 실패가 좀 더 많이 용인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에도 그리고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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