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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혁 I Brown Oct 06. 2016

괜찮아, 지금이 딱 좋아.

위로 받을 용기

추석연휴라고 티비에선 이것저것 다양한 특집들이 우후죽순 전파를 타고 있었다. 그 중에서 몇 안되게 볼만 했던 프로그램이 '어쩌다어른'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 나온 김창옥 교수님의 강의가 참 좋았다.


이런저런 추석에 관련된 고부갈등부터해서 가족내의 인간관계와 심리들을 정말 유쾌하게 풀어주셔서 보는 내내 패널들도 나도 빵빵터졌달까.


그분이 강연하고 나면 꼭 받는 질문이 2개가 있단다. 하나는 아주머니분들이 결혼했냐고 자기 딸주고싶다고 하는 질문. 그러면 "저도 집에 딸 있어요. 우리 각자 집에서 잘키워봐요. " 라고 한다면서 또 한번 웃음을 준 뒤


2번째 질문이 뭐냐고하니 "선생님 강의는 듣는 내내 웃기고 유쾌했어요. 실제로 선생님의 삶도 그렇게 즐가우신가요?"

라는 질문이란다.

그리고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고. 좌중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 말 잘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유머가 넘치는 분도 우울증이 오신적이 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이것이 내 길인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걸까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이런 우울한 생각 한번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정말 묻고싶다.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



삶에는 정답이 없기에 우리는 지금 맞는 길을 걷고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신통찮게 나오다보면 서서히 그 삶을 통제하고 이끌어나갈 힘을 잃게 된다.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슬퍼진다.

그건 아마 김상옥교수님이나 나나 모두가 다를바없을것이다.


그런데 여기 위로받을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평생 굿리스너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데는 도가 텄지만

자신의 수치나 부족함 불행함을 솔직하게 남에게 털어놓고 위로받아본 적 이 없는 사람.

자신이 약해지고 위로받게 되면

남에게 위로해주던 스스로의 이미지나 위치 더 나아가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될거라는 무의식의 한 조각으로 인해

이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못한다

저도 참 힘들어요
위로가 필요해요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미움 받을 용기 처럼

위로 받을 용기 또한 굉장히 필요하다


이 사람처럼 자신의 존재의미를 사람과의 관계속에 쌓는 사람들이 특히 위로받을 줄 모른다고 한다. 겨우 쌓아놓은 관계 즉 의미들이 그로 인해 망가질까봐. 자신의 믿음직한 조언자로써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안쪽부터 망가지고 있단다.


미국의 정신과 상담사들에겐 특별한 제도가 하나있는데 그들 자신 또한 의무적으로 다른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프고 아픈 얘기들을 들으며 그들은 나름 감정액받이 무녀역할을 하고 있는것이기에 오히려 행복한 보통사람들 보다 정신과적 상담이 더욱 필요해지게 된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이런데 우리가 위로 받지 못할 이유기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장 믿고 편한 사람을 찾아보자.

 가족 애인 친구 누구든 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 요새 너무 힘들어

라고 말하고 울 수 있다면 울어도 보자. 우는 것은 마음의 치유에서 가장 효과적인 처방으로 눈물과 함께 오는 카타르시스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 당신을 단단하게 유지시켜야 했을까.

무엇이 그리 당신을 울지못하게 막아왔을까.

이젠 마음의 갑옷을 내려놓고 말해보자

힘들다고. 위로해달라고.

그리고 이 말을 듣는 사람모두 이렇게 그들을 위로해주자

괜찮아
지금이 딱 좋아


사실 좋은 위로 라는것은 별것 아니다.

열심히 하루하루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하루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것.

불안하고 떨리는 사람에게

지금의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해주는 것.

너도 나도 가장 필요한 말은 그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츠지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그건 지금의 네게는 역효과야.

"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 힘내지않아도 괜찮아. "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인간이란, 실은 그렇게 힘을내서 살 이유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 거꾸로 힘이 나지.
힘을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한발 나아가면 되는거야

화이팅만 넘치는 세상에서

이미 풀로 힘내서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부고 싶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 열심히 걷고 있는 당신이면 충분하다고.


오히려 이런 말이 떠들석한 북돋음보다 마음한켠에 약해진 나를 가장 강하게 만드는 한마디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듣고 울컥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리하면서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편안해진다.


지금 이 순간,

힘들다고 말할 사람과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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