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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hicsmini Feb 14. 2022

사슴과의 충돌, 그리고 TOTAL LOSS의 기록

그렇게 나의 첫 차와 이별을 했다

우당탕탕. 이제  해결이 되었으니 써보는 사슴에게 치인 이야기. 사는 인생이  그렇겠지만 유독 나의 삶은  이리도 사건사고가 많은 것인지.


작년 날씨도 좋던 10월의 어느 이른 아침, 남편이 대학 동기들과 Game Day를 함께 보내기로 했어서 아침 일찍 공항으로 라이드를 해주는 길이었다. 집에서 한 5분 갔을까? 왼쪽 가드레일에서 갑자기 사슴이 튀어나왔다. 사슴과 급박하게 충돌한 나의 차는 운전석 쪽 후드부터 앞문, 뒷문까지 찌그러지며 급정거했다. 참고로 우리 집은 나서기만 하면 고속도로라서 차들이 다들 빨리 달리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출발하자마자 50마일 정도로 달리고 있었고 ‘다른 차들은 아마 빨리 달리고 있을 테니 속도를 맞춰야 하나’ 하던 찰나였다. 정확한 속도는 알 수 없으나, 치는 순간에는 공포감에 소리를 빽 지르고 있었고, 자동으로 내 발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어서 아마 50보단 낮은 속도였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측면이었기 때문에 사슴이 앞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타고 있던 나나, 남편이나 어디 한 군데 다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른 아침이라 차가 별로 없었어서 다른 인명 피해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슴은 치이자마자 바로 도망을 갔고 (제발 살아있길 바랄 뿐이다.) 나는 다른 차들이 오기 전에 얼른 우측 숄더로 차를 옮겼다가 바로 가까이 있던 갓길로 빠져서 차를 자세히 보기로 했다. 갓길로 옮기려고 차를 움직이는데 뭔가 드르륵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났는데 그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상태를 보니 앞에 헤드라이트가 깨졌고, 범퍼가 날아갔고, 후드가 찌그러진 것으로 보아 내부에 영향이 있을 테고, 휀더, 앞 도어, 뒷도어가 모두 찌그러졌다. 일단 경찰에 전화를 했다. 미국에서는 동물을 치면 로컬 경찰에 전화해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동물의 사체가 도로 한가운데에 남아있을 수도 있고, 차의 파편들이 다른 차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와서 도로를 점검해준다. 신고는 911 (응급신고)가 아니라, 지금 거주지역의 police office로 해야 한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우리나라 파출소 같은 곳 연락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줘야 경찰관이 날 찾아올 수 있다. 911이 아닌 이상 전화한 사람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는 모양. 당황해서 어버버하고 있는 나에게 다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재차 물어보셨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경찰관 아저씨가 오셨다. 혹시 다친 데는 없는지 물어보시고, 오는 길에 도로를 확인해보니 사슴도 없고 큰 파편도 도로 쪽으로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전 뭘 해야 하죠?”


너무 놀라서 정신없는 나에게 경찰 아저씨는 정말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셨다. (1) 보험사에 클레임을 넣으려면 ‘사슴에게 치였다는 증거’가 필요하니까 헤드라이트에 박힌 사슴 털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어두운 새벽이라, 경찰 아저씨는 경찰차의 방향까지 틀어가면서 내 차에 헤드라이트를 비춰주셨다. 덕분에 대낮같이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2) 혹시 보험사에서 개수작을 부린다면, 경찰에 신고한 기록을 알려주라고 하시며 경찰 아저씨 이름과, 리포트 넘버를 알려주셨다. (3)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운전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하니, 경찰 아저씨가 뒤에서 같이 가면서 봐주겠다고 하셨고, 정말 집까지 천천히 같이 따라오셨다. (막연히 경찰은 무조건 피해야지, 무서워!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이번에 정말 감동의 감동을 주시는 좋은 아저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찍지 않으면, 다른 장소로 차를 옮기면서 털들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으니 꼭 사고 난 직후 찍어야 한다.


집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보험사에 전화해서 클레임을 시작했다. 클레임 전용 앱을 설치하고, 차량의 내부, 외부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담당자가 대략적인 견적을 계산해서 체크와 함께 며칠 뒤 우편으로 보내줬다. 그리고 동네에 리뷰가 좋은 수리점을 찾아갔다. 견적서와 함께 차를 맡기면 수리점에서 그 견적서대로 수리할 수 있을지 또는 더 금액이 나올지를 제대로 계산하고, 수정사항은 수리점이 보험사에게 직접 컨택해 진행해 준다고 하셨다. 휴, 이제 내 차는 다 고쳐져서 나오겠지! 그럴 줄 알았다.


며칠 뒤, 보험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Your Total Loss Documents’라는 제목으로 나의 차의 값어치, deductible, 앞서 발급해준 체크 등을 계산해서 최종 나에게 얼마를 줄지 상세하게 명시된 서류가 첨부되어 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수리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보험사들이 때에 따라 수리비가 차의 값어치보다 더 많이 나올 경우 아예 차를 사버리는 오퍼를 주기도 한다고. 근데 이 오퍼가 시장가에서 아주 잘 쳐준 값으로 주기 때문에 따로 counteroffer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차에 있는 내 개인 물건 챙기고, 여기 오퍼에 사인만 하면 내 할 일은 끝나는 것이다. 어차피 차를 6개월 내로 팔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손쉽게(?) 해결되어 좋기도 했으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그다음 주, 수리점에 가서 내 차에 있던 것들을 몽땅 가지고 나왔다. 세차용품부터 핸드폰 충전 케이블, 스페어로 장만한 와이퍼 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차 번호판이랑 차량 등록증도 잘 챙겨서 나의 첫 차 Mazda와 그렇게 이별을 했다. 아마 보험사에서 다음날 즈음 큰 어부바 차량이 와서 어디로 데려가서 싸게 수리해서 팔거나, 부품을 뜯어서 팔거나, 쓸게 없으면 아예 폐차시킨다고 했다.


며칠 뒤, 보험사에서 차량을 인수했다며 나머지 금액에 대한 체크를 보내주었다. 남편에게 다시 뚜벅이가 되었다고 울상을 지었더니, 그래도 현금 많은 뚜벅이는 멋지다고 해줬다. 이번에 이별한 마즈다를 고치면서 엄청나게 돈을 썼던 걸 교훈 삼아 그리고 다음엔 고칠 거 많이 없는 튼튼한 ‘새 차’를 사기로 했다. 당장은 남편 차도 있고 둘 다 주로 재택이라 어디 갈 일도 많이 없다. 그래서 차 보험도 없애고, 나름 절약하게 되었다. 아, 보험을 해지하고 주에 등록된 차를 없애는 것도 참 일이 많았는데. 이건 나중에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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