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Culture and StartUp
“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오늘, 애플은 전화기를 재발명합니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Steve Jobs가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하기 전에 했던 유명한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당시 ‘전화기를 재발명한다’고 쓴 표현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는 소위 ‘혁신 Innovation’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종의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재발명과 혁신은 조금 다른 차이점이 있는 듯합니다. 잡스 시대에 애플이 선보인 제품들은 혁신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넘어 대중에게 일종의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잡스의 ‘새로움’과 ‘신선함’이 항상 성공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독선적인 성격과 디자인에 광적인 집착 등을 보였던 잡스는 몇몇 제품에서 큰 실패를 겪었으며, 쫓겨나듯 회사를 떠난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스티브 잡스는 심기일전하여 애플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지난 2007년 1월 8일 오전 9시, 스티브 잡스는 애플 맥월드 Macworld행사에서 그 유명한 오프닝 키노트를 통해 아이폰을 공개합니다.
사실 스마트폰을 최초로 발명한 곳은 애플이 아닙니다. 1992년 IBM이 선보인 사이먼 퍼스널 커뮤니케이터 Simon Personal Communicator가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것보다 무려 15년 전이고, 이것은 1996년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 Nokia의 9000 시리즈 모델보다 무려 4년 전입니다. 하지만 이 놀라운 기술의 발명품들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 한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IBM폰과 노키아폰이 아닌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돼 버렸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전화기의 재발명’을 통해 아이폰 라인을 선보였고, 그 이후 스스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습니다. 이 때문에 잡스의 업적은 벤처회사와 IT업계, 닷컴회사 Dot-com company들과 스타트업 Startup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누. 구. 나. 할 수 있었지만, 아. 무. 나. 할 수는 없었던 ‘재발명, 재발견, 재정의’를 스티브 잡스는 해냈고, 어쩌면 그것이 이미 존재하던 것을 또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혁신이라고 불리던 본모습이 아닐까요.
잠시 미술의 영역을 들여다보겠습니다.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이자 현대 미술의 영역을 기성품 Ready-made으로 확장시킨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입니다.
그는 1917년 배관공들을 위한 물품상점에서 ‘변기’를 하나 구입한 뒤 뉴욕 독립미술가협회전시에 작품으로 출품합니다. 이 행보는 기존 미술계에서 거대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과감한 행위가 ‘창조적 파괴’, ‘예술 개념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현대 미술이 발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결과를 낳았습니다.
뒤샹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An ordinary object [could be] elevated to the dignity of a work of art by the mere choice of an artist. 단순한 예술가의 선택으로 평범한 대상이 예술 작품의 존엄성으로 높아질 수 있다.”
누구나 사용하는 변기를 그것도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제품을 예술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에 출품한다는 발상. 예술을 재발명 reinvent the art 한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묘하게 마르셀 뒤샹과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중첩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재발명, 재발견, 재정의’와 같은 단어는 혁신이라는 단어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선 IBM과 노키아의 사례처럼 좋은 기술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듯합니다. 문화를 이해하고, 현상을 파악하고, 대중의 마음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은 오히려 기술을 재발명하고 문화를 재발견하며 관념을 재정의하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수고로움에서 나오는 듯합니다.
글 Written by. 김영욱 Kim Young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