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자동화 Logistics Automation
1999년, 32살의 제프 윌크(Jeff Wilke)가 아마존(Amazon) 이사로 부임하면서 물류센터(Distribution Center)라는 이름을 모두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로 바꾸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1995년 시애틀 아마존 사옥 지하에 있던 작은 창고(Warehouse)는 오늘날 전 세계 170곳이 넘는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로 진화했습니다. 아마존이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Fulfillment By Amazon)’을 이용하면 판매자는 아마존 물류센터에 제품을 보내고 보관 및 출하 결제, 고객서비스 등 전자상거래 업무를 위탁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의미는 온라인을 통해 단 한 번도 물건을 판매해보지 않은 사람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관∙재고관리∙포장∙배송∙고객지원을 모두 아마존이 맡아서 해준다는 것입니다. 판매자가 해야 할 일은 판매할 물건을 아마존 물류창고에 보내는 일뿐입니다.
아마존이 촉발한 이러한 변화는 사업 경험이 전무한 이들의 시장참여로 이어졌고, 아마존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는 전 세계 누구나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풀필먼트 사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물류센터 자동화는 유통기업들의 성패를 가를 승부처로 떠올랐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10년 전 창고용 자동화 로봇 기업 키바 시스템스(현 아마존 로보틱스)를 인수했고, 현재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로봇 35만 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바닥에 고정된 노선을 타고 작업자 앞으로 상품 선반을 가져다주는 무인운반로봇 ‘키바’가 대표적입니다. 2021년엔 매사추세츠에 로봇 개발과 제조를 위한 연구소를 열었고, 지난 4월엔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물류 관련 5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행했습니다.
창고 바닥에서 높은 천장까지 수직으로 오가며 작업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가진 ‘바이오닉하이브’ 등이 대표적인 투자대상회사입니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도 물류센터 자동화 기업 ‘심보틱’ 등과 협력해 관련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올여름 일리노이주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차세대 풀필먼트 센터 네 곳을 짓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습니다. 상품을 작업자 바로 앞으로 가져다주는 설비, 상품 사이즈에 맞는 상자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설비 등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는 지난 2019년 물류로봇 기업인 ‘6 리버시스템스’를 4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작년 노르웨이의 물류창고 자동화 기업 ‘오토스토어’의 지분 40%를 28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과 LG전자는 AMR(자율주행 운송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상품을 찾아 피킹·포장·출고하는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르면 7월 로봇 10대를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AMR은 고정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AGV와 달리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형태입니다. 쿠팡은 자동 분류기 도입과 컨베이어 벨트 증설, AI를 활용한 작업 동선 최적화 등에 2020년에만 5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물류센터 수는 2020년 15만 600개에서 2025년 18만 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동화 없이 수작업으로 일한다면 근로자 350만 명이 추가로 필요한 시설 규모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물류센터에서 일할 근로자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제 미 온라인 매체 VOX는 최근 아마존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아마존이 평소처럼 사업을 계속한다면 2024년쯤 창고에 충원할 인력이 바닥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월 일자리 중개 플랫폼 ‘인스타워크’ 조사에 따르면 물류센터 운영자의 73%가 ‘충분한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존 바비 맥킨지 애틀랜타사무소 파트너는 “미국에서는 물류창고 시간당 임금이 18달러를 넘어섰지만 대다수 기업이 직원 고용에 애를 먹고 있다”며 “창고 자동화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로지스틱스 IQ는 전 세계 물류센터 자동화 시장이 2019년 150억 달러에서 2027년 41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조선경제 (2022). 거세지는 물류센터 자동화 물결 chosun.com.
SQUARES (2020) 풀필먼트 서비스 Fulfillment Service(2020). SQUARES.com.
Engadget (2022) Amazon is buying a company that makes pallet-stacking robots. engadg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