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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Feb 03. 2018

영화관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당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코코, 영원히 만나고 싶지 않은 최악의 비매너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봤다. 뭘 볼까 고민하다가 요즘 입소문 자자한 영화 코코를 보기로 결정했다. 평일 낮 12시, 이쯤이면 객석도 충분할테고 집중하기도 좋겠다 싶었다.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코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이었다. 미녀와 야수, 토이스토리와 더불어 가장 좋았던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그런데 이날, 영화관에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던 당신을 만났다.


오늘의 글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영화관 최악의 비매너인들에게 바친다.




바스락바스락- 소풍 온 당신


영화 시작 7분 전 자리에 앉았다. 한참 광고가 진행 중이었고 예상대로 평일 낮 시간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를 내며 상영관으로 들어왔다.


아뿔싸, 비닐봉지였다. 비닐봉지에 음료수나 간식들을 쌓온 듯 했다. 나와 두칸 떨어진 자리.. 점점 그 소리가 신경쓰였다. 아저씨는 비닐 봉지에서 간식들을 꺼내 팔 걸이에 올려 놓고는 일행을 기다리는 듯 상영관 문 앞으로 걸어갔다. 손으로 비닐 봉지를 구깃 구깃 하면서... 동시에 비닐 봉지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뒤늦게 온 일행은 부인 혹은 여자친구인 듯 했다. 그들은 자리에 앉아 그들만의 소풍을 즐기기 시작했다. 영화 중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봉지를 바스락대며 먹을 거리들을 꺼냈다. 맛 어때? 이것도 먹어봐, 저것도 먹어봐.


아저씨 아줌마.. 소풍 오셨어요...?



영국 프린스 찰스 시네마에서는 비매너 관객이 있을 때 닌자를 출동하게 했다




생각은 속으로만 하세요. 말로 하지 마시고요!


코코가 본격적으로 상영되기 전, '올라프의 겨울 왕국 어드벤처'가 20분간 상영됐다. 디즈니 전매 특허로, 영화에 앞서 상영되는 단편 애니였다. 하나의 영화를 보는데 두 편의 영화라니!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새로운 스토리였기에 기대는 더욱 컸다.


낯익은 인물들이 등장했고, 금세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었다. 옆자리 아저씨, 아줌마의 수다 타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저것도 스토리가 있는건가?", "어머머 어머머!", "이것 좀 더 먹을래?", "아직 영화는 시작 안 한 건가?"


내 속은 점점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

.

아저씨 아줌마의 수다는 그칠 줄 몰랐다.  캐릭터의 생김새가 징그럽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뒷 이야기를 유추하여 말하는 등 비매너의 정도는 한계치를 향해갔다.


당신들의 비매너 좀 눈치채주세요.. 라는 속마음으로 한숨을 쉬거나 쳐다보는 등의 눈치를 주었지만 자신들의 몰지각함을 자각하고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할리도 없었을 것이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드디어 방언 터지듯 그들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요, 제발 조용히 좀 해주세요"


이마저도 아저씨는 듣지 못한 듯 했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던 아저씨에게 아줌마는 "시끄럽대잖아"라고 이야기했고, 그나마 그들의 대화 빈도는 점점 줄었다.



                  

발은 씻고 오셨어요?


대화는 점점 줄었지만 그 후 영화를 보던 내 시야 일부에 무언가 들어왔다. '발'이었다.

사이좋게 앞 좌석에 발을 올리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발이 올려진 좌석 한 칸 옆으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자신 옆으로 발이 올려진 것을 확인한 여자는 불편하다는 듯 마른 기침 소리를 냈지만 그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결코 그 다리를 내리지 않았다.


영화관은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공간이다. 내 머리 옆으로 누군가의 발이 올려진 상황을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자리 옆으로 누군가 발을 내밀었어도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을까?




영화관 매너 지키기, 그렇게 어려운가요?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근래 본 영화 중 단연 최고였다. 특히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깊이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해당 상영관에서 가장 자유롭게 영화를 즐겼던 아줌마와 아저씨에게도 코코는 꽤 괜찮은 영화였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큰 소리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당신의 몰상식에 박수를!

종종 영화관 비매너를 경험하곤 했지만 <비매너 선물세트>와 같던 그들을 겪고 나니 헛웃음이 났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크레딧을 포함한 시간이다. 즉, 크레딧 역시 영화의 일부다. 물론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영화 내내 긴장하고 있던 몸이 풀어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크레딧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경박한 박수소리는 엄청난 실례임이 분명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싶다.

영화관에서 아무렇지 않게 전화 받는 사람, "재미없다!!"를 연발하던 사람, 영화가 무섭다고 연인에게 안겨 되려 본인이 에로영화 찍는 사람, 핸드폰으로 영화를 찍어가는 사람 등 보통의 상식에서 생각할 수 없는 분명한 비매너를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영화 시작 전, 아주 기본적인 에티켓 안내 화면이 분명 나온다.  앞자리를 차지 마세요/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놓으세요/ 떠들지 마세요 등등.


영화관 에티켓 지키기가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나에게 방해되는 일은 내가 해서도 안되는 간단한 이치. 영화관은 공동의 공간이다. 그게 어렵다면 영화관을 통째로 대관하면 될 일. 그게 아니라면 자신과 똑같은 값을 지불한 다른 이의 문화 생활을 절대 망치지 말자.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


<오늘은 글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썼다. 부디, 간곡하게 부탁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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