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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l 01. 2018

시인과 래퍼_ 영화 변산



영화 변산, 구미가 당기는 이름은 아니었다.

"변산이 뭐지? 변산반도의.. 변산? 음.. 그래.. 그 변산이군...그닥 안...당기는데...?"

 

내용은 더 별론것 같다. '6년 째 쇼미더머니에 도전 중인 생계형 알바생 래퍼가 아버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변산으로 내려간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 이거 봐도 될까 싶었다. 근데, 좋아하는 감독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단다. 그래, 친구의 말처럼 리틀포레스트 코미디 버전일지도 모를 일. 그냥 웃어보자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많이 웃었다. 같은 감독의 영화 '동주'나, '박열'을 봤을 때 처럼 찐-한 감동이나 여운이 남지는 않았지만, 대신 예쁜 말과 아름다운 노을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학수(박정민)는 폭력적인데다 가정도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를 증오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엔 주저 없이 고향 변산을 떠났다. 지금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2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른다. 올해로 6년 째 도전 중인 '쇼미 더 머니'. 지난 시즌 보다 성적도 분위기도 다 좋았다. 그런데 자작 랩 제시어로 '어머니'가 나왔다. 학수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때, 아버지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고향 변산

변산의 한 병실에서 학수는 노쇠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의 꼬붕도 만났고, 고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와 첫사랑, 어릴적 자신의 꼬붕도 만났다. 다신 엮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와 자신의 어린시절.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여버린 고향에서 학수는 자신의 과거를 만난다.



시인과 래퍼

영화를 보기 전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랩을 즐겨 듣는 취향도 아니고, 배우가 랩을 한다니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오글오글한 기분이 손끝까지 타고 올랐다. 영화가 시작하고 첫 장면. 배우 박정민이 랩을 하는데 역시나! 사알-짝 오그라드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견딜 수 있을까? 싶을 때 선미(김고은)가 나왔다.


선미는 글을 쓴다. 종이에 직접 연필을 꾹꾹 눌러 글을 쓴다.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들과 마음에 담아둔 추억에 관해 글을 쓴다. 선미는 어느 정도 성공한 작가로 나오는데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학수였다. 시인과 래퍼. 지금날 래퍼를 꿈꾸던 학수는 옛날에 시를 썼는데 그가 썼던 어린날의 글과 지금 선미가 써내려가는 담백한 문체가 괜히 낯설었던 랩과 적당하게 균형을 잘 맞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아픈 어머니가 떠나고, 아버지는 곁에 없을 때 학수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은 노을이었다. 붉은 노을을 보면서 이런 글을 쓴 학수를 보고 선미는 글을 쓰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런데 학수는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떠났다. 성공해서 돌아오고 싶었던 고향이었지만 사실 학수는 별 볼 일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런 학수에게 선미가 말했다.



"고향이 있다는 건.."

아름다운 노을이 매일을 기다리던 고향 변산. 학수는 지우고 싶었던 고향 땅에서 어린시절 반짝이던 꿈을 찾았다. 노을처럼 빛나는 희망이 있던 시절.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 꿈을 되찾은 지금이야말로 학수의 진짜 청춘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었다. 그 중 으뜸은 학수의 첫사랑 미경을 맡은 배우 신현빈. 의외의 웃음이 가득해서 너무나 유쾌했던 영화 변산, 그 안에 각자의 청춘과 그 의미를 담백하게 담아낸 것 같아 참 재밌게 봤다.  *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지만 스포할 수 없음에 짧은 글을 마치는 게 아쉽다.




배우 박정민이 브런치에 영화 변산과 관련해 세 편의 글을 쓴 것을 봤다.

데뷔작 파수꾼의 마케팅 일환으로 블로그에 글을 쓴 것이 화제가 되어 글 좀 쓰는 배우로 알려졌다던데! 이번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박정민의 글을 봤다. 엔딩크레딧을 보아 하니 영화 속 등장하는 랩의 가사도 본인이 쓴 게 많은 것 같던데.. 브런치 글 역시 술술- 잘 읽히는게 글 쓰는 사람으로서 참 부럽다.

가사를 쓰는 학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박정민 배우의 브런치 글을 읽는 것도 영화 변산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


https://brunch.co.kr/@bs2018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 후 솔직한 후기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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