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어김없이 찾아온 번아웃
번아웃, 그리고 번아웃.
아무리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번아웃을 겪는다지만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친 시간이 끝나지 않는 걸까?
워케이션을 떠나는 전날은 정말이지 이상하리만큼 바쁜 날이었다. 아침부터 창고이사를 위한 부동산 계약을 하고, 오후에는 상담사 채용 면접을 진행하고, 밤에는 팀원들의 업무에 피드백 남기는 일을 했다. 나는 눈앞에 닥친 일을 쳐내느라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분명 일을 일찍 끝내고 강릉으로 떠날 짐을 챙길 생각이었는데 밤 11시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새벽 3시까지 길어졌다.
그날 새벽까지 했던 B2B일은 우리 팀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았는데, 피드백하는 내내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실망스러운 마음과 ‘나만 간절한 걸까?’라는 착잡한 생각이 뒤엉켰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무 중요한 일이라 미룰 수도 없고 (앞뒤를 재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4시간 뒤에 출발해야 하는데, 짐 하나고 싸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늦은 새벽, 나는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내며 한바탕 울었다. 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어이없는 실수로 핸드폰 액정이 깨졌고, 핸드폰까지 먹통이 됐다. 아직 일할 게 남아있는데, 당장 내일 내비게이션을 어떻게 할지 머리 아픈 걱정까지 추가됐다.
'대체 세상이 나한테 뭘 가르쳐주려고 이러는 걸까?'
분명한 건 지금 나는 업무에서의 급한 불을 끌 게 아니라 내 마음에 난 불을 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 떠나자
떠나기 전, 앞으로는 막막한 일 투성이었고, 뒤로는 후회되는 일 투성이었다. 나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꼈다.
그 와중에 떠난 워케이션의 목적은 단 하나, 희망이었다. 나는 희망을 찾고 싶었다. 조직의 돌파구를 찾고, 리더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나답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었다. 분명 가서도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떠난다는 것 자체에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워케이션을 떠나기 전 날 맛집이나 놀거리 검색은 고사하고, 2~3시간 쪽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캐리어에 일단 넣고 그렇게 강릉으로 떠났다.
[강릉 워케이션] 스타트업 CEO의 잠시 멈춤 시리즈는 총 9부작입니다. 다음 화도 구경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