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고 있는 당신에게 ㅣ 시인의 집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짧은 제주 여행 중에 방문했던 #북카페 #시인의집 에서 나눈 잊지 못할 대화.
이곳을 가게 된 건, 참 운명 같았다. 전시회 오픈시간을 잘못 알아서 시간이 붕 떠버렸고, 책이라도 읽을까 해서 주변에 있는 북카페를 찾았다. 알고 보니 이 카페는 진짜 '시인' 분이 운영했고, 사장님이 열고 싶을 때 여는 카페여서 들어가자마자 ‘오늘은 2시까지만 열고 앞으로 열흘동안 열지 않을 건데, 운이 좋으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우연과 우연이 겹쳐, (60대 여성 시인) 사장님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만났다.
이 카페는 바다가 코 앞에 있어서, 자리에 앉자 드넓은 바다를 보며 몸에 긴장이 탁 풀렸다. 바닥에는 조그마한 게가 기어 다녔고, 그 게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분여간 서로의 삶에 대해 나눴다.
사장님은 14년 전에 제주도에 오셔서 이 카페를 차리셨는데, 어느 날 예능 <아빠 어디 가>에서 카페에 촬영을 왔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대세였던 윤후가 피자를 아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 덕분에 카페가 엄청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후로 사장님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원래 피자는 여행 중 허기진 사람이 있을까 봐 만든 메뉴이고 하루에 2~3개씩만 만들었는데, TV출연 이후로는 하루종일 피자를 굽는 일상을 보내게 됐고, 돈을 잘 버는 것과 상관없이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신 것이다. 그렇게 사장님은 과감하게 피자 메뉴를 빼고, 카페 컨셉을 바꿨다. 그 대신 카페를 좋아하는 시집으로 채우고, 여유로워진 시간에는 시를 쓰며 산문집을 완성하셨다.
* 이 이야기는 사장님이 쓰신 책 <섬에서 부르는 노래>에도 나와있어서 공유해요!ㅎㅎ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법한 상황에 사장님은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셨고, 나다운 선택을 하셨다. 돈돈돈!하는 요즘 사람들과는 다른 의사결정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내가 이곳으로 떠나온 이유를 나눴다. 사장님은 내가 과거의 자신과 비슷하다고 소름 끼친다고 하시며, 온갖 비언어적인 표현과 함께 내 말을 귀담아주셨다. 그리고는 나의 이야기 끝에, 마음을 울리는 말을 건네주셨다.
"일단 나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타인을 위해선 최선 아니라
차선만 해도 돼요.”
나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 그 말이 가슴 정중앙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일에 최선을 다했다. (주 6일을 늦게까지 일할만큼) 나는 그동안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내 마음보다도 팀원들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팀원들이 하는 모든 말을 내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만큼) 그런데 나는 내 마음엔 최선을 다했나?
안 그래도 여행 중에 '나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남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지던 참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너무 희생하지 말라고,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야 나도 진짜 행복을 전할 수 있는 거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되새김질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의 말이 올해 고민의 종지부를 찍어주었다.
대화 끝에 나는 사장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시집이 있냐고 물었고, 두 권의 책을 샀다. 책을 한참 읽던 중, 사장님이 갑자기 다가오시더니 딱 100개만 뽑은 한정달력인데 내게 선물하고 싶다며 건네주셨다. ‘기운 내라고!’라는 말과 함께! 멋진 어른에게 듣는 '기운 내'라는 말이 그토록 고맙고 힘이 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곳을 나설 때, 사장님은 나가려던 내 손을 붙잡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줬다.
타인에게 최선을 다하느라 힘들지 말라고.
타인에게는 차선으로만 해도 되니
우선 나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에게 남기는 질문.
이 질문이 오늘 여러분을 고민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Q. 오늘 여러분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사셨나요?
아니면 '타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