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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Dec 21. 2022

1. 신앙의 신비

영화 <탄생>을 보고....

영화 <탄생> (2022, 감독 박흥식, 주연 윤시윤)


“이런 영화 좋아해요?”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자매님이 물었다. 3초쯤 망설이다 대답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면 안 봤을 거예요.” 

 

내 주변에 새로운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영화관을 찾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지인들은 이 영화는 쿨하게 패스하더라. 반면 영화에 별 관심 없는, 가톨릭 신자인 지인들은 이미 시간 내서 봤더라.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김대건 신부님은 위인이다. 고백건대 나는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엔 몰랐던 위인이다. 역사 교과서에도 나온다는데, 심지어 우리 집 근처에 김대건 신부님 성지가 있다는데.... 모르기도 했고, 관심도 없었다 사실. 순교하실 때 나이가 고작 26살 꽃다운 청년이었다는 건, 힘들게 신부가 되어서 고작 1년 만에 순교하셨다는 건, 김대건 신부님의 존재를 익히 듣고도 후에야 알았다.

    

뭐든 최초가 있게 마련이다.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이 있고, 최초로 전기차가 개발되고, 최초로 올림픽이 개최되듯 김대건 신부님도 나에겐 그냥 최초의 조선 신부일 뿐이었다. 지금 활동하시는 신부님들의 위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신부님이 계실 테고 김대건 신부님은 그냥 그 시작이었을 뿐이랄까. ‘조선 최초의 신부’ 라는 타이틀을 내 건 영화 <탄생>이 특별하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어쨌든 가톨릭 신자로서 꼭 시간 내서 봐야 하는 숙제 같은 영화였고, 평소라면 절대 집 밖에 나오지 않았을 시간에 꾸역꾸역 영화관을 찾아가서 숙제를 풀었다. 단순히 2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게 지루할 것 같았지만 또한 단순히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다른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안 봤을 것이다.” 따위의 말을 했지....

    

<탄생>은 김대건 이란 사람의 일생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홍보했지만, 김대건 신부님의 일생이 천주교를 위해 오롯이 바쳐진 때문에 종교적 색을 띄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도대체 2시간 반 동안이나 풀어낼 이야기가 있겠는가 했는데, 나중엔 2시간 반 만에 다 그려내느라 힘들었겠다며 박수쳤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가 싶었는데, 어쩌면 이것이 감동이 주는 힘이요, 신앙의 신비가 아닐까 생각했다.


조선은 천주교를 박해하고 처형했다. 아주 끔찍하고 아주 잔인하게. "지금이라면, 나라면, 과연 배교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내는 내내 수없이 질문했다. 눈앞에서 살육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배교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마침내 나는 대답했다. “배교 하면 안 된다!” 역사에 길이 남는 순교자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영화 속처럼 선조들이 피로써 지킨 종교를 지키고자 하는 의리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천주님을 알게 된 삶이니까. 영화 속 대사처럼 천주님을 알게 된 삶이라 행복하니까.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나를 알면, 나를 인정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영원한 생명. 나도 그렇다. 천주님을 만난 이상 이 생명과 이 빛을 등질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삶으로 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게 되었다. 나는 절대로 배교 하지 않을 테야.


숙제를 풀 듯 본 영화에서 신앙의 신비를 느꼈다. 느껴버렸다. 느끼고야 말았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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