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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흔들려도 괜찮아]4.주말편:셔터맨을 위하여

남편의 독박육아

by 딸기콕치유

주말 아침, 나는 로스쿨 공부를 위해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가방에는 교재와 노트, 필기도구를 챙기고, 남편에게 아이를 맡긴 채 집을 나섰다. 평일 낮에는 오롯이 육아에 전념하느라 공부에 쏟을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주말만큼은 나를 위해 확보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원 수업을 듣는건 공부가 아니다)


스터디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어색함을 느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인 공간에서 나 같은 30대 초반 엄마는 눈에 띄었다. 내 주위에 있는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문제를 푸는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공부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주눅이 들기도 했다.

30대 중반의 엄마인 내가 이곳에서 책을 펼친다는 사실이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요즘 스터디카페의 시설에 감탄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커피 머신, 필기구, 무료 인쇄 서비스까지 있었다. 예전 학창 시절의 어둡고 칙칙한 독서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내려 자리에 앉았다. 책을 펼치며 '이제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구나'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설렘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책을 펼치고 마음을 다잡으려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아기가 계속 우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남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곧바로 상황을 물었다.


"분유는 먹여봤어? 기저귀는 갈았어?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걱정이 머리를 스치며 나는 남편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그 뒤로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리에 앉은 지 30분 만에 책을 덮고 스터디카페를 나섰다. 뛰다시피 집에 도착하니 남편은 분유병을 든 채 진땀을 빼고 있었고, 아기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얼른 아이를 안고 달래며 상황을 수습했다. '이래서 공부는 무슨 공부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남편의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날은 새벽부터 강의 영상을 보며 공부를 시작한 날이었다. 남편이 "걱정 말고 하루 종일 공부에 집중하라"고 말해 주었고, 나는 고맙게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아기가 밥을 먹지 않는다. 계속 울기만 한다." 메시지를 본 순간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남편은 끝까지 자기가 해보겠다며 나를 달랬다. 결국 공부를 계속했지만, 그날은 내용이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주말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과연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공부에 몰입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만들어 주는 건 고스란히 남편의 희생 덕분이었다. 육아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의 노력이 나에게 얼마나 큰 배려인지 매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항상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 마. 네가 변호사가 되면 내가 사무장으로 취직해서 커피나 내리며 여유롭게 살 거야."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그 말 속에서 남편의 응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지지하기 위해 자신의 고생을 가볍게 치부하며,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나를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가볍게 말하는 것임을 나는 안다. 변호사가 된다는 내 꿈을 함께 꾸며, 지금의 고단함을 웃음으로 넘기려는 그의 마음이 고맙고 또 안쓰럽다.


스터디카페에서 30분 만에 돌아온 그날,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내 꿈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남편의 헌신이 없다면 이 길은 시작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동시에 그 미안함은 나를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다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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