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웠지만, 그대는 새로웠지만
MBC <신기루 식당>을 보고
MBC <신기루 식당>은 셰프와 연예인 출연자가 하루만 열리는 ‘파인 다이닝 팝업 레스토랑’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현지에서 직접 구한 식재료를 이용해 크리에이티브한 파인 다이닝을 완성하는 이 푸드 힐링 예능은 참신하다. 기존 푸드 예능이 보여줬던 음식의 비주얼적인 부분을 ‘파인 다이닝’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극대화했다. 눈을 사로잡는 음식들과 알록달록한 음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숲 속 식사는 시청자에게 판타지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신기루 식당>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지 못했다. 1회는 1.6%, 2회는 1%로 시청률이 저조했고,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지도 못했다. 분명 참신한 요소가 있었음에도 <신기루 식당>이 다음을 기약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신기루 식당>이 스스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 더하기 힐링 더하기 푸드”
<신기루 식당>의 큰 패착은 ‘자연 힐링 푸드 예능’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에게 전혀 새롭지 않았다. ‘자연 힐링 푸드 예능’의 대가로 불리는 나영석 PD도 ‘자기 복제로 지루하다’고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새로 론칭하는 파일럿 프로그램마저 그 콘셉트이라니. 그것밖에 만들 게 없냐는 시청자의 원성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자연 힐링 푸드’ 콘셉트의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에게 새롭지 않았다는 것보다 <신기루 식당>의 강점을 묻어 버린 데 있다. <신기루 식당>의 가장 큰 강점은 시청자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예술로서 파인 다이닝 메뉴를 감상하는 데 있다. 하지만 자연에서 힐링하는 장면을 위해 중요한 ‘음식이 예술로’ 만들어지는 장면은 뒤로 미뤄지고 부각되지 못했다. 강원도 인제의 자연은 차로 몇 시간 가면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자연 중 특색이 있지도 않았다. 푸른 산과 들은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 아니었다. 시청자도 이 프로그램에서 강산을 볼 이유가 없었다.
“크루가 수동적일수록 시청자는 소외된다”
<신기루 식당>의 시청자는 박준형, 정유미, 라비의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따라간다. 크루들은 도시에서 보지 못 했던 자연을 느끼고 먹음직스러운 요리와 알록달록한 음료에 감탄한다. 시청자는 크루들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의 리액션으로 프로그램 속 세상을 느낀다. 적어도 숲 속에 마련된 신기루 식당에서 일반인 손님들이 ‘파인 다이닝’에 감탄하기 전까진 <신기루 식당>은 철저히 크루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비춘다.
하지만 <신기루 식당> 속 크루들은 매우 수동적 인물들이다. 조셉이라는 메인 셰프의 지시에 따라 재료를 구하러 다니고, 식당을 만들 인력이 부족하다기에 못질을 한다. 메뉴 개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했던 크루들은 결국 조셉에게 허락을 맡아야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크루들의 시선을 따라가던 시청자들은 오직 조셉의 크리에이티브로 움직이는 <신기루 식당>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크루들의 방법을 거절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음식을 만드는 메인 셰프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소외감을 느꼈다. 메인 셰프만의 창의적인 파인 다이닝에 결국 시청자들은 공감보다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꼭 저렇게까지 하면서 음식을 먹어야 되나?” 이는 시청자가 파인 다이닝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조셉의 크리에이티브를 강요받는 데 원인이 있다.
결론적으로 <신기루 식당>은 자신의 강점인 ‘파인 다이닝을 통한 창의적 음식의 향연’을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요리, 그중에서도 파인 다이닝!’으로 자신의 강점을 좁히지 못했다. ‘요리를 자연에서 하면서 힐링도 하면서…’라며 흔한 푸드 힐링 예능을 따라 하며 자신의 강점을 묻어 버렸다. 또한 크리에이티브가 강점인 ‘파인 다이닝’을 메인 셰프의 크리에이티브로만 한정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했다. 오히려 크루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메인 셰프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파인 다이닝 메뉴를 완성해 갔으면 어땠을까. 시청자가 호기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 열어 놨으면 어땠을까. <신기루 식당>이 기존에 없던 ‘파인 다이닝’을 방송으로 구현했다는 참신함이 있기에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