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생각나세요?”

이럴 때 BOOKing [Dear YOU] 7

by Joo Min Park

습관적으로 TV 채널을 돌리다 좋아하는 음악이 들려 리모컨을 멈췄다. 2014년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Alive Inside(그 노래를 기억하세요)>이 방송되고 있었다. 망가지는 나를 인정할 수 없고 원하지 않았기에 억울함, 분노, 슬픔의 감정이 생기고 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게 되는 치매노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노인은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음악치료를 통해 젊은 시절을 되찾은 노인은 잊었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즐거움에 취해 춤을 추고, 음악과 연결된 사연을 풀어놓으며 수다쟁이가 된다. 치매노인의 행동이 하나 둘 변화되면서 치매노인과 가족에게는 서로를 껴안고 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이 생긴다. 나는 음악이 가진 긍정의 힘을 믿는다. 식물도 음악을 틀어주면 더 잘 자란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가슴에 남아있는 음악은 무엇인지, 그 속에 담은 내 이야기는 무엇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슨 노래를 좋아하세요?”


죽음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장례식에는 나와 함께 한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일반적인 장례식장 분위기와는 어울릴 수 없는 곡일 수 있겠지만 과거의 추억이 함께 담겨 있어 내게 의미가 있는 음반을 5개 골라봤다. 내 장례식에서 이 음악을 함께 들으며 추억을 곱씹어주는 이들이 많기를 바란다.


달리는 차 안, 사막 지평선 너머 석양 지는 풍경을 추억하게 만드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SoundsOf Silence>, 검은색 앨범 재킷이 지문으로 뒤덮일 정도로 좋아해서 듣고 또 들었더니 테이프가 늘어나버린 머라이어 캐리의 <Daydream>,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상상할 수 있고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떠올리며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조지 윈스턴의 빈스 과랄디 헌정 앨범 <Linus& Lucy : The Music of Vince Guaraldi>, 중학교, 고등학교 때 도서반 소속이라 도서관에서의 설렘 가득한 에피소드가 더 인상적으로 뇌리에 박힌 영화 <러브레터> OST, 사랑에 미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노래를 통해 보여 준 로맨티시스트 존 레논의 <Lennon Legend>까지. 한 곡씩 꺼내어 다시 들어보니 그 시절의 공기, 나누었던 대화, 그리고 살짝 숨겨둔 비밀 이야기, 울고 웃던 지인의 얼굴도 보인다.

“이 노래 생각나세요?”


아마도 장례식장에서 재생될 나의 배경음악 리스트는 계속해서 수정될 것 같다. 좋아하는 가수, 음악이 너무 많아서 이 곡보다는 저 곡, 이 장르보다는 저 장르로 마음이 계속 바뀐다. 장례식에 찾아와주는 이들에게 조의금 대신 ‘당신이 기억하는 나의 음악’을 한 곡씩 가져와 내 영정사진 앞에서 틀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한 명쯤은 이 부탁을 들어주겠지?


추천 BGM

1.Sounds Of Silence|Simon & Garfunkel|Sounds Of Silence|1986

2.One Sweet Day|Mariah Carey|Daydream|1993

3.Eight Five Five|George Winston|Linus& Lucy: The Music of Vince Guaraldi|1996

4.Childhood Days|Remedios|LoveLetter OST|1999

5.Woman|John Lennon|LennonLegend|1997


계간 <Haizel.&> 2014년 가을호 스페셜 칼럼



Alive Inside: A Story ofMusic & Memory
이 다큐멘터리는 마이클 로사토-베넷 감독의 작품으로, 2014년 30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Music& Memory Project는 미국의 650개 요양원을 방문하여 치매노인 각자에게 의미 있는 음악을 선곡하여 들려주고, 그들의 마음이 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노인들이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musicandmemory.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