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kfreund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Min Park Mar 16. 2017

그저 걷는다

노리플라이의 <여정> 감상 후

다시 두사람이 함께 만드는 멜로디가 반갑다.
'노리플라이'의 <여정>. 여행의 기억이 떠올라 미소짓다 끄적여본다.


안양 시내를 나가는 일부터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거나, 친척 집에서 잠드는 일까지 부모님께 허락받아야 했는데 그 허락을 받는 일이 좀 처럼 쉽지 않았다. 오빠는 너무나 쉬워보이는 그 허락이 왜 내게는 이리도 어려운 거냐며 불평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원 때까지 부모님께서 인도네시아에서 5년을 지내셨다. 그리고 난 방학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1달간 부모님을 만나러 다녔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 이후 여행을 많이 다녔다. 한 곳에서 최대한 길게 머무르려 했다. 만나는 사람들, 풍경을 눈에 담고 마음에 새겼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았던 홀로 밥을 먹는 일이 외국에서는 참 쉬웠다.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행복감을 선물받았다.
공항,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공상의 시간이었다. 쓸데없는 생각, 머리를 비우고 멍하게 있을 때도 많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온전히 나만 생각할 수 있는 그 시간은 값졌다. 그렇게 소중한 여정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살아갈 힘을 줬다.

지금은 신랑 없는 시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매일 여행을 한다. 의미없이 하루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하루 동안 두 가지 이상의 약속을 만들어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머리가 굳어 버릴까봐 영어,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하루를 흘려보내기도 하고 소소하게 용돈벌이할 글쓰기의 일도 시작한다.

예전의 내가 아닌 달라진 모습, 변화된 나로 새롭게 살아보는 것. 부모님이 처음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믿어주셨던 것처럼 이제는 신랑이 믿어주니까 천천히 일상에서의 여행을 즐겨본다. 너무 집에만 콕 박혀 있지는 말자 다짐하며..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사진설명 : 노리플라이 <여정> 뮤직비디오 보다가 가슴에 와닿은, 인상적인 장면 캡쳐.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의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