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
심연 아주 깊은 곳까지 전달되는 파동, 그의 뒷모습.
맑은 선율과 두근거림, 숨소리가 섞인다.
흑백 영상이 분명한데 파스텔 톤의 색깔이 덧칠된 기분이다.
우리가 일상의 반복과 불안 속에서 헤맬 때 따뜻한 색의 불빛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그의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들어라' 가르치기보다 곁에서 가만히 함께 걸어주며 호흡을 가다듬게 해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고뇌와 한숨, 어지러이 떠다니던 머릿속 음표가 손끝에서 확신으로 전해지며 한음 한음 눌리고 잔잔한 여운의 공명이 청중의 가슴을 울린다.
연주자는 외롭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연습하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난다. 끝없이 정진하고 시도해야 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향한 칭찬보다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에 더 익숙하다. 대중과 맞닿은 면이 많은 연주자라면 다음번엔 더 좋은, 훌륭한 곡, 새로운 연주를 선보여야 한다.
거장은 타인의 시선과 싸우기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겠지. 그렇기에 더 외롭지 않을까?
"다시 합시다" 그 이후 연주된 그의 음악에 눈물이 났다. 자상한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우리 딸' 눈 맞추고 미소 짓는 장면에 머문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넌 사랑받고 있다고. 이미 존재 자체로 빛나고 있고 잘하고 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치열하게 그가 페달을 밟던 발, 타건하던 손을 떼어내고 숨을 몰아쉬었을 때 비로소 연주가 끝났다.
음악에 담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애쓰며 연주하는 그의 모습, 호흡, 선율을 가득 영상에 담아준 모두에게 고맙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천문대에서 밤하늘 별을 관측하며 이 영화를, 이 음악을 함께 보는 시간을 누군가 꼭 기획하고 진행해 주면 좋겠다. 하늘의 별이 된 그와 수많은 예술가에게 감사를 전하며...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