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문제, 결국 경쟁력의 문제였다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고 있는 이유

by 구대은

앞선 글에서 한국 경제가 교과서적이지 못해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었다.

그 결론으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외부 개입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다시 분석해 보니 조금 다른 결론이 나와서 그 내용을 써 보려고 한다.


핵심은 환율 문제에서 찾는 게 맞는 거였다.

환율은 종종 정책 실패나 단기 불안의 결과처럼 다뤄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정직한 지표다.

자본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최근 원화가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도 단순한 달러 강세나 심리 문제라기보다,

자본 이동의 방향이 구조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은 점점 더 해외로 나간다.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기관은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며,

개인 투자자들까지 미국 주식으로 이동했다.

반대로 외국 자본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흐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런 비대칭이 지속되면 환율이 낮아질 이유가 없다.

요즘 공공연히 나오는 ‘뉴노멀’이란 결국 이 상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왜 자본이 한국을 떠나고 있고, 외국 자본은 한국을 선택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안타까운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제조 역량이 갑자기 무너진 것도 아니고,

한류와 반도체처럼 여전히 강한 분야도 있다.


그럼에도 반도체는 수출 실적을 만들지만 생산과 투자는 미국으로 분산되고,

한류는 외화를 벌어도 장기적인 자본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자본은 국내에 쌓이지 않는다.

이게 지금 환율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현실이다.


개인 자본의 이동도 다르지 않다.

서학개미 현상은 유행이나 선동의 결과가 아니다.

미국 시장에는 장기 투자할 만한 산업과 기업이 많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 높다.

반면 한국 시장은 지배구조 문제, 물적분할, 주주권 보호 미흡이 쌓이며 신뢰가 약해졌다.

오죽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도박판이라는 말도 있다.

이 차이가 개인의 선택을 바꾸고, 그 선택이 누적돼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지금의 고환율은 정책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 조정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방향을 바꾸려면 자본이 왜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첫째, 자금이 몰려있는 AI와 미래 산업에서 한국이 다시 투자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규모 있는 투자와 인재 유입, 생태계 조성이 함께 가야 한다.

둘째, 주식시장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공시 신뢰를 높이고, 불공정 거래를 제대로 처벌하고,

주주환원이 자리 잡지 않으면 개인 자본은 돌아오지 않는다.


외국 자본이 한국에 기꺼이 투자할만한 상태가 되어야 하고,

우리도 가치있는 외국에 투자하게 되는 균형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투자의 균형이 맞춰져야 환율 고공행진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한국의 산업 구조와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이다.


환율은 한국의 경쟁력 저하에 대해 이미 신호를 보냈다.

이제는 그 환율의 신호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하는지에 따라

향후 우리의 경제 상황의 흥망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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