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초고층 빌딩의 부산
부산에 초고층 건물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는 도시계획과 건축허가 구조 때문이다.
부산의 초고층 건물 대부분은 사무용이 아니다. 호텔, 생활형 숙박시설, 콘도미니엄 같은 숙박시설이 주를 이룬다. 업무용 오피스 건물은 극히 일부다. 내가 알기로는 사실상 하나뿐이다. 이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개발이라기보다 관광과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한 개발이라는 뜻이다. 아니, 일자리가 부족한 도시가 선택한 가장 쉬운 수익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런 개발은 절차의 마지막인 건축허가 단계에서 갑자기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초고층 여부는 그 이전 단계에서 이미 정해진다. 먼저 도시관리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거나 변경된다. 이 과정에서 경관지구가 완화되고 건물 높이와 용적률 상한이 올라간다. 이 단계가 끝나면 해당 부지는 초고층 건물이 가능한 땅이 된다.
그 다음 시행사는 이 범위 안에서 사업계획을 세운다. 부산에서는 이 단계에서 사무용보다 숙박시설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분양과 수익 구조가 단순하고 회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업무용 건물은 장기 임차와 경기 영향을 받지만, 숙박시설은 투자와 분양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이면 건축심의를 받는다. 건축심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주된 판단 기준은 법과 기술 기준 충족 여부다. 지역에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도시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주요 판단 요소가 되기 어렵다. 심의를 통과하면 사업은 사실상 확정 단계에 들어간다.
마지막이 건축허가다. 건축허가는 기초자치단체가 내주지만,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거부하기 어렵다. 주민 반대나 경관 우려는 허가를 막는 사유가 되기 힘들다. 그럴 경우 행정쟁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고층 건물은 허가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획 단계에서 결정된 결과가 행정 절차를 따라 집행되는 것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의회가 개입할 수 있는 시점은 거의 없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존재하지만, 핵심 결정 이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초고층 개발이 조용히 진행되는 이유다.
부산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다. 노인 인구 비율은 높고 청년 인구는 줄고 있다. 이런 도시에서 필요한 것은 돌봄 시설, 의료 접근성, 생활 기반 시설이다. 그러나 도시의 자원은 초고층 숙박시설과 아파트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사람을 붙잡는 공간보다 잠시 머무는 공간이 늘어나는 구조다.
부산은 바다를 가진 도시다. 하지만 초고층 숙박시설이 늘어나면서 바다는 시민의 생활 공간에서 멀어지고 있다. 해안 접근성은 줄어들고, 바다 조망을 보려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바다는 여전히 있지만, 일상에서 체감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초고층 밀집 지역에서는 바람이 강해지고 보행 환경이 나빠진다. 교통 혼잡이 심해지고 공공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숙박시설만 늘어나고 일자리가 있어야 할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시설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산이 초고층 건물 천지가 된 것은 도시가 성장해서가 아니다. 부산의 미래보다 당장의 이익을 우선해 온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그 사이 바다는 가려지고, 일자리 공간은 줄었다. 숙박시설과 아파트만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초고층 건물만 늘어난 도시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