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안하고 왜 밍기적거리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by 구대은

엄마는 가끔 우리에게 “빨리 출근도 안 하고 왜 그렇게 밍기적거리고 있어?”라는 말씀을 하신다. 뭐 비슷한 말을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밍기적거리다"는 말은 강원도 사투리인데 표준말은 ‘뭉그적거리다’라고 한다. 난 그냥 '밍기적거리다'가 와닿아서 이렇게 표현했다. 여튼 이건 게으름을 피우며 일부러 몸을 늦추는 상태를 말한다. 대게 뭔가 하기 싫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그렇게 뭉그적거리며 출근을 미루는 걸까?
나는 오래도록 그 이유를 나 자신에게서 찾았다. 단지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목적의식이 없고, 야망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학교에 가기 싫었던 것도, 직장에 가기 싫었던 것도 다 내 성격 탓이라 여겼다. 다들 참고 다니는데 나만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해석이 틀렸다.

사람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밍기적거리지 않는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고, 몸이 먼저 움직인다. 준비는 빠르고 시간은 아깝다. 반대로 매번 아침마다 몸이 무겁고 발걸음이 느려진다면,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마흔이라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삶을 한번은 정리하게 된다.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을 견뎌왔는지, 그리고 그 시간들이 정말 나의 것이었는지를 묻게 된다. 그때 처음으로 소득 수준을 잠시 내려놓고 질문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돈이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선택한다면 어떤 일을 택할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내 인생을 반추했고, 과거의 순간들을 되짚었다. 언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는지, 언제 몸이 앞으로 나갔는지를 떠올렸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일을 찾았다. 그리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놀랍게도 뭉그적거림이 사라지고 있다. 이건 의지가 강해져서가 아니고, 성실해져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짧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아가기에는 너무 짧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모두가 당장 소득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어느 순간만큼은, 단 한 번쯤은 소득을 기준에서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일을 하며 살아갈 기회를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그 경험이 삶을 완전히 바꿔 놓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단 한 번이라도 “이건 내가 선택한 삶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이후의 인생은 최소한 후회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임시적인 상태가 된다. 방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취미생활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의 인생이 된다.


밍기적거림은 고쳐야 할 태도가 아니다. 다시 내 인생을 해석해야 할 신호라고 생각된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몸이 알고 있었던 답을, 우리는 너무 늦게서야 이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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