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에너지성에 대해
살아있는 몸과 죽은 직후의 몸은 어떻게 다를까?
죽은 직후의 몸에도 물질은 그대로 있고, 에너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열은 남아 있고 분자 구조도 바로 무너지지 않고, 살아있게 했던 에너지도 그대로 있다.
단지, 생명이 사라진 것 외엔 달라진 것이 없다.
화학생물학은 분자 수준에서 생명을 다루는데, 특정 화학 물질로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고, 세포 신호를 차단하거나 증폭하며, 기존 생명체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데까지 이르렀다. 생명은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신비가 아니라, 조작 가능한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냈다고 해도 화학생물학이 다루는 대상은 언제나 이미 살아 있는 생명이다. 생명의 작동을 바꾸고, 조절하고, 재설계할 수는 있어도, 생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생명을 시작하게 하지는 못한다. 말하자면 단세포 생명체 하나조차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과학은 무기물이 유기물로 변하는 것도 증명했다. 특정 조건에서 아미노산 같은 유기 분자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유기물이 스스로를 유지하고, 복제하고, 환경에 반응하는 존재가 되는 지점에서는 더 이상 설명이 안된다.
그러니 도대체 생명이란 게 무엇이기에 이렇게 설명하기 곤란한 것인지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에너지는 흩어지지 않고, 생명체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쓰인다. 죽은 상태에서는 그 속에 있는 어떤 에너지도 단지 물리학적인 에너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생명이 생명체를 살아있게 하는 가장 최소 단위의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생명이 에너지라면 생명체의 몸이 죽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