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2. 도로 위 나를 지키는
합리적 행동

도로 위에서 화내지 않는 생각의 방법

by 구대은

■비합리성은 도로에서 가장 흔하게 목격된다

운전대를 잡으면 사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평소엔 여유롭고 예의 바른 사람도 도로에만 올라서면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기본적인 약속조차 무시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도로 위에서 비합리적인 운전자를 만나는 건

운이 나쁜 게 아니라, 통계적으로 당연한 일에 가깝다.

수백 명의 판단과 감정이 한 공간에 섞이니

누군가는 무리한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실제 그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그리고 순간적인 분노

나는 안전거리 확보를 잘 하는 편이다.

사고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이런 행위가

오히려 끼어들기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그래서 종종 앞차가 깜빡이도 없이

갑자기 내 앞으로 치고 들어오거나,

특별히 부산의 경우에는 내 차 뒤에서 깜빡이를 켜고

속력을 높이며 끼어드는 차가 많다. 졸음이 확 깰 만큼 갑작스럽다.

내가 놀라 브레이크를 밟은 것도 잠시,

그 차량은 앞 차와의 거리 때문에 곧바로 급정거를 한다.

그럴 때면 솔직히 감정이 바로 올라온다.

“왜 저렇게 운전하지?”,

“내가 그냥 넘어가야 하나?”

경고 차원에서 경적을 한번 강하게 울리게 한다.

그래도 나는 아주 짧은 시간에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한 그 원칙을 떠올렸다.


■바꿀 수 없는 사람은 피하는 게 답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단순했다.

“저 사람은 내가 바꿀 수 없다.”

이 한 문장은 놀라울 만큼 강력하다.

상대 행동의 원인을 분석할 필요도 없고,

도덕을 가르칠 이유도 없다.

그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으면 된다.

그 사실을 인정하니

내 안에서 폭발 직전이던 감정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는 속도를 줄였고,

차선을 바꾸어 위험한 차량을 자연스럽게 멀리 할 수 있었다.

그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이 선택은 흥분한 상대에게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내 안전을 지키는 행동이었다.


■대응할수록 사고 위험은 커진다

도로 심리를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운전 중 분노 수준이 높아질수록

다른 운전자의 행동을 더 적대적으로 해석하고,

공격적 반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때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지재평가’ 전략이 분노와 공격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즉, “저 사람은 원래 저렇다. 나는 안전하게 가는 게 목표다.”

또는 "급똥이 마렵거나 여친이 빨리 오라고 불렀나 보다.ㅎㅎ"라고 해석하는 것이

실제로도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그날 내가 선택한 행동은 겁이 나서 물러난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압도되어 억지로 참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비합리적인 사람을 상대하는 데 드는 감정소비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었다.


■마무리: 비합리적 행동에도 감정을 내어줄 필요는 없다

도로 위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감정을 쏟아부을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나다.”

화를 내봤자 아무도 모른다.

다만, 차 안에서 혼자 욕을 시원하게 지르는 건 나쁘지 않다.

그 사람은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그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나서면

돌아오는 건 내 스트레스와 위험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도로 위에서 비상식적으로

위험한 운전자를 만나면 조용히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바꾸고, 내가 안전한 거리로 이동한다.

그게 도로에서도,

삶에서도,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나를 지키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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