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어느덧 봄이다.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게 작년 10월이니 벌써 5개월 정도가 흘렀다. 시간.. 참 빠르다.
그동안 나에게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를 소개하자면,
작년 가을 췌장암 추적관찰 진료를 받던 중에 간 전이 의심 소견을 들었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제대로 느꼈다.
비록 엉성하고 부실할지언정 췌장암 수술 이후에 그런대로 열심히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심술궂은 바람 한 번에 폭싹 주저앉은 것 같았다.
진정 나란 존재는 이 세상에서 빨리 소멸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아무리 살려고 지랄 발광을 해도 대자연의 섭리 속에는 내가 설 자리 같은 건 도저히 없는 걸까?
질문이 엉터리라서 그런 걸까, 정말 그래서 그런 걸까, 그 어디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2주 뒤에 MRI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결과를 들으러 또다시 병원에 갔다.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다. 마치 햇살 좋은 가을날에 나 혼자서 북극 한 복판에 있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검사 결과, 간에 생긴 물질은 악성종양이 아니었다.
일종에 간에 난 뾰루지 같은 거랄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간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정말 고마운 염증이다. 염증이건 염증 할아버지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암만 아니라면 다 괜찮았다.
의사의 말이 전혀 허무하지 않았고 오히려 눈물 날 정도로 감사했다.
한 달 후 또 한 번 CT검사와 피검사를 진행했고 정체불명의 그 뾰루지는 자연 소멸된 것 같다는 확인까지 받았다.
참으로 다이내믹했던 2025년 가을이었다.
고작 몇 개월 지났다고 그 사건이 다이내믹이란 형용사로 단순 표현되는 게 참 재밌으면서 씁쓸하다.
(이제는 제발 좀 그만 다이내믹하고 싶다!!!)
엉겁결에 또다시 움켜쥐게 된 삶의 기회.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절대로 놓쳐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잘 살아야지, 행복하게 살아야지, 싶었는데...
하하,
인생은 결정론이 아니다.
수많은 변수와 난제들로 어지럽혀져 있는 긴 터널이 곧 인생인 것 같다.
감히 나 따위가 예상하고 계산한다고 해서 결코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